아그네스 등 사모펀드,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 제기
FCP 측 펀드로 추정···앞서 주주제안 한 내용과 유사
안다자산운용도 주주제안···의안 상정 및 표대결 결과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이 주주총회를 앞둔 KT&G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주제안에서부터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까지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례와 달리 다수의 사모펀드가 KT&G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주주총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 KT&G에 공세 수위 높이는 사모펀드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그네스 판도라 셀렉트 파트너스’, ‘화이트박스 멀티 스트레티지 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은 KT&G를 대상으로 주주총회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3월 열릴 KT&G 주주총회에서 이들 사모펀드가 제시한 의안을 다룰 수 있게 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들 중 아그네스 판도라 셀렉트 파트너스의 대표가 KT&G를 상대로 주주행동주의를 펼쳐온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FCP는 지난해 10월 KT&G에 주주제안을 발송하며 주주행동주의를 본격화한 바 있다. 이번 가처분 소송은 이 같은 주주행동주의의 연장선으로 공세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KT&G의 공시를 참고하면 이들은 분할계획서 승인, 주당 1만원의 이익배당,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등을 오는 3월 개최 예정인 KT&G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FCP가 앞서 100%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KGC인삼공사)의 분할 및 재상장, 1만원 배당, 특정인의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KT&G를 상대로 주주행동을 펼치고 있는 또 다른 사모펀드인 안다자산운용도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안다자산운용은 지난달 법원에 KT&G의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달 들어선 사외이사 확대와 특정인의 사외이사 추천, 배당 증액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접수했다.

◇ 주주제안 통할까···3월 주총에 이목 집중

KT&G를 향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가 주목된다. 아직 KT&G는 주주총회일과 주주총회에서 다룰 의안을 공시하지 않은 상태다. KT&G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적법한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상정하기로 했지만 관련 법령에 비춰 적법하지 않은 일부 안건은 주총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KT&G 주주총회에서 관전 포인트는 우선 인적분할 안건이 상정되느냐 여부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CG인삼공사의 분할 및 재상장에 찬성하고 있다. KT&G는 이에 반대하고 있어 법원의 가처분 인용없이는 의안 상정 역시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도 유추가 가능한 부분으로 시장에서는 ‘적법하지 않은 일부 안건’이 분할계획서 승인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배당 확대 역시 안건으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FCP 측은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요구하며 안건 상정을 제안했다. 안다자산운용 역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취득과 소각에 찬성하고 있다. 배당의 경우 FCP는 주당 1만원을, 안다자산운용은 7800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KT&G는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주당 5000원을 공시한 바 있다.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역시 이번 주총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KT&G는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2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는데 KT&G와 FCP, 안다자산운용이 추천하는 후보들이 각각 다른 까닭이다. 의안 상정 시 표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이다.

시장에선 KT&G가 기존 사외이사들의 연임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안다자산운용은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김도린 전 루이비통코리아 전무, 이수형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후보로 내밀었다.

한편 KT&G의 주가는 최근 사모펀드들의 주주제안 움직임에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KT&G의 주가는 전날 종가와 같은 9만300원으로 마감했다. KT&G는 지난 1월 25일 장중 9만640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17일 8만6200원까지 내렸다가 소폭 반등한 상태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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