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명 근무, 인사과장 3명 임명···현 실세 37회와 비교 가능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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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이러다가 보건복지부 인사과장을 행정고시 43회가 돌아가면서 다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해 10월 단행된 복지부 과장급 인사에서 기존 김국일 과장에 이어 그의 행시 동기 유주헌 보험정책과장이 인사과장에 임명되자 부 주변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복지부 요직인 인사과장에 행시 43회 출신이 잇달아 세 번째 임명된 사건이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외청인 질병관리청을 포함, 행시 43회 출신 관료는 총 8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장 나이(1968년생)가 많은 김국일 국장은 질병청에서 근무하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교육파견된 상태다. 나머지 7명은 부이사관(3급)으로 복지부에서 활동한다. 

단순하게 복지부 인사과장에 3번 잇달아 발령받았다는 점만으로 행시 43회 실력을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다. 관가 관계자는 “복지부 전통은 행시 동기 중 선두주자를 인사과장에 발령내는 것”이라며 “인사과장을 3회 연속 차지한 점을 제외해도 43회 우수성은 객관적으로 입증된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8명 동기 중 황의수 보건산업정책과장을 제외한 7명이 청와대 파견 경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황의수 과장도 장관비서관과 홍보기획담당관, 기획조정담당관 등을 역임한 실력파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43회 관료들이 각자 영역을 구축하면서 능력과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국장의 경우 국무조정실 출신이란 핸디캡을 안고 복지부에 전입했지만 나름의 역량을 인정 받아 요직을 섭렵했다. 직원들 분석에 따르면 부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의약품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며 일반의약품 편의점 판매 현안을 처리하는데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노연홍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비서관과 문형표 장관비서관을 거치면서 고위층 보좌에도 능력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복지부에 생소했던 조규홍 장관이 부임한 후 중용됐다. 

고형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심의위원회 사무국장과 김문식 복지정책과장. 손호준 보험정책과장, 유주헌 과장, 이선영 인구정책총괄과장,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 황의수 과장 등 부이사관들(가나다순)은 일일이 열거가 어려울 정도로 능력과 실력을 보유한 관료다. 관가 관계자는 “표현이 어려운데 43회 관료들은 민간기업도 탐낼 정도로 전문지식과 판단력을 갖췄으며 각각 색깔이 다른 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현재 복지부 실세그룹 행시 37회와 비교될 정도로 43회 영향력이 향후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37회의 경우 이기일 제1차관과 고득영 대통령실 사회수석 보건복지비서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 최종균 인구정책실장 등이 활동하고 있어 정점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37회는 유능한 인물도 많고 업무경력이 누적됐으며 행시 선배도 적기 때문에 현재 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개별 인물 능력을 비교하면 43회도 뒤질 부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행시 37회와 43회 공통점은 동기 간 요직을 인수인계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넓지 않은 복지부 인재 풀에서 본인 의도와 관계 없이 서열을 중시하는 인사 관행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언급처럼 인사과장은 손호준 과장에서 김국일 국장으로 다시 유주헌 과장으로 발령 났다. 김 국장과 손 과장은 장관비서관도 인수인계한 사이다.   

차이점은 동기를 이끌 리더 유무라는 분석도 있다. 37회의 경우 이기일 차관이 역할을 수행했지만 43회는 동기를 챙기는 리더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43회 출신은 각자 개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보인다”며 “충청도 출신인 이 차관은 친화력이 높아 동기를 챙기며 본인도 승승장구한 사례를 43회가 참고할 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이 차관은 특정 보직에서 승진한 후 동기인 후임 내정자를 배석시켜 업무보고를 받을 정도였다”라며 “이같은 영향력은 단순히 인사과장 경력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복지부 행시 43회 관료들의 우수한 업무능력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8명 관료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이사관들이 향후 고위직으로 승진하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정무감각과 대외영향력을 겸비해 실세그룹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관가 관계자는 “기본 실력을 갖춘 43회의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라며 “그들이 본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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