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 잇따라 사임···이사회 자율경영 존중 결정 해석
롯데케미칼, 업황부진에 ‘적자전환’···신 회장 사내이사 연심 통해 실적회복 나설 가능성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직에서 잇따라 사임하면서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롯데케미칼에서도 물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선 신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계열사의 이사회 자율경영을 존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케미칼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신 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 장기간 연임해 온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의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이들 계열사가 롯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특히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해당 사업부문의 대표 계열사여서 당시 이사직 사임을 두고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현재 신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사내이사와 같은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의 가장 큰 차이는 이사회 참여 권한이다. 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가해 의사 결정권을 가지지만, 미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어 결정권이 없다.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에서 신 회장은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셈이다.

신 회장이 현재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기업은 롯데지주와 케미칼, 제과 등이다. 이 중 지주와 제과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케미칼은 오는 3월 만료된다.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이 호텔과 쇼핑 등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처럼 케미칼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계열사 자율경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더욱이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4인 중 이영준 대표를 제외한 신 회장과 김교현 대표, 황진구 대표 등 3인의 임기가 올해 3월까지인 만큼, 신 회장의 사임과 함께 다른 이들도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 위치에서 내려올 것이란 얘기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22조4041억원, 영업손실 487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배출은 23.6% 늘었지만 적자전환은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의 2021년 매출은 18조1205억원, 영업이익은 1조5356억원이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시기보다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된 상황”이라며 “제품 스프레드 하락 및 원재료 가격상승에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 회장이 사내이사를 연임하며 케미칼 재건에 앞장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 회장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은 인물이다. 유통 등의 다른 분야 대비 석유화학 사업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실적회복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후계자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아직 등기임원 등재나 경영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그가 성장할 때까지 신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주주총회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사내이사 연임이나 교체 등 다룰 구체적인 안건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이사회에서 주총 일정 및 안건이 결정돼야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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