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주요 기업 실적 발표
SK하이닉스, 10년 만에 적자 전환 예상
현대차그룹, 역대 최대 분기 실적 예고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이번 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전반적으로 수요가 위축된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 업종은 경영실적이 악화가 점쳐지는 반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생산량 회복으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25일부터 삼성전기·LG이노텍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실적발표 주간이 시작된다. 이어 26일 현대차, 27일 LG디스플레이·LG에너지솔루션·LG전자·기아·포스코홀딩스 등도 작년 4분기 실적을 공시한다. 30일엔 삼성SDI·삼성중공업·GS건설, 31일엔 삼성전자·LG화학·LG생활건강·현대제철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2월엔 1일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3일 네이버, 7일 SK이노베이션, 8일 금호석유화학, 9일 롯데케미칼, 10일 카카오, 13일 CJ제일제당, 16일 한화솔루션 등이 실적 발표를 이어간다.

재계에선 앞서 실적 풍향계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치가 많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가 실적 충격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건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LG전자도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91.2% 줄어든 65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제품 수요 부진과 원자잿값·물류비 인상 등을 주요 원인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삼성전자 지난해 분기별 실적 추이. /자료=삼성전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전자 지난해 분기별 실적 추이 /자료=삼성전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의 업종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로 경영실적이 악화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악의 반도체 업황에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분기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증권사 실적 전망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1조3171억원이다. SK하이닉스의 적자 전환은 분기 기준 2012년 3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시황 악화로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의 4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1493억원으로 3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LG화학은 4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55.4% 감소한 3338억원, 금호석유화학은 72.65% 급감한 1136억원으로 각각 추산됐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급락에 정유업계의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의 4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각각 1428억원, 349억원이다.

철강 역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4분기 제품 가격 하락에 침수 피해 복구 비용까지 발생하면서 영업손실 4000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제철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전년 동기보다 96.78% 급감한 257억원에 그쳤다.

반면 자동차와 배터리 업종은 호실적이 예상됐다.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생산량을 회복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 유력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조1084억원, 2조311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2%, 96.7% 증가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업계의 호실적은 후방산업인 배터리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략에 속도가 붙으면서 배터리 수요가 증가했고 생산수율 개선,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초 잠정실적 발표에서 4분기 영업이익이 23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3.6%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4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밖에 글로벌 전자·부품 업체들도 이번 주 실적 발표에 나선다. 오는 25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ASML, 오는 26일 미국 인텔이 실적을 내놓는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23’ 신제품 공개 하루 후인 다음 달 2일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은 지난해 10~12월 생산 차질 탓에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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