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송기호, 법무부 장관 상대 ‘비공개처분취소소송’ 1차 변론기일
정부, ‘3100억 배상’ 판정에도 공무원·하나금융지주·특정 항목 비공개
재판부 직접 확인 후 적법성 판단 취지···‘인카메라’ 심리제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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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법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 측에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문 원본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법무부가 선별적으로 비공개 처리한 정부 공무원과 하나금융지주 임원의 이름, 삭제한 특정 항목을 직접 확인한 뒤 비공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19일 민변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가 “론스타 판정문 원본을 공개하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차 변론에서 이같이 소송지휘를 했다. 재판부는 판정문 원본과 함께 사본, 번역본도 제출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사본은 판결문 작성에 활용하고, 원본은 사본과 대조해 동일성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비공개심리를 위해 증거 제출이 아닌 인카메라(In Camera) 심리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부연했다. 다음 기일 법무부 대리인에게 판정문 원본을 지참하고 출석하도록 한 것이다. 정보공개법 제20조 제2항은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당사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제출된 공개청구정보를 비공개로 열람·심사할 수 있다’고 인카메라 심리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법무부 측에 소송에 이르러 비공개 처분 사유를 추가하는 게 가능한지도 법리검토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판정문 원본을 공개하라는 송 변호사의 정보공개청구에 ‘외교기밀’이라는 사유로 비공개 결정했는데, 소송에서 ‘하나금융지주 임원의 사생활보호’를 비공개 사유로 추가했다. 비공개처분 사유가 추가되는 것은 기존의 비공개 결정과 ‘별개의 처분’으로 보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재판부의 의문이다.

재판부는 오는 4월27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지정했다.

지난해 8월 ISDS 중재판정부는 대한민국이 ‘투자보호협정의 공정 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해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사이의 2011년 7월 외환은행 주식 양도계약 등에 개입했다며 대한민국이 론스타에 2800억원을 배상(이자 포함시 약 3100억원)하라고 판정했다.

송 변호사는 법무부가 공개한 판정문에 관련 공무원과 하나금융지주 임원의 이름, 우리 정부가 패소한 핵심 내용 등이 비공개됐다고 주장하며 정보공개청구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100억원의 배상 책임을 발생시킨 권한 남용 행위에 금융위, 하나금융지주 관계자가 관여된 사실이 판정문을 통해 확인되고, 법률적 책임소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판정문 원문 공개가 필요하다는 게 송 변호사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정보공개 청구 내용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입장이다. 소송에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사유로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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