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 땐 생산라인 셧다운 가능성도···고물가 부추기고 수출 악영향 우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예고한 파업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멈춰 선 화물차 옆으로 화물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예고한 파업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멈춰 선 화물차 옆으로 화물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내년 극심한 경기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화물연대 파업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물류난으로 인한 손실이 이어질 경우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현재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8일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두 차례 면담을 가졌지만 모두 결렬됐다.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이유이자 키워드는 ‘안전운임제’다. 쉽게 말해 화물차주가 받을 최소한의 운임을 설정해 놓는 것이다. 화물차 기사의 과속, 과로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했다. 2022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일몰제’여서 올해 이후 제도가 없어질 예정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해당법 실시 후에도 그다지 화물차 안전 지표가 좋아지지 않았다고 보고 3년 더 시행해보자는 입장이지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화물연대 운송 거부의 여파는 컸다. 불과 파업 8일째지만 이미 산업계 곳곳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하루 매출 순손실 180억원을 기록하고 있고 석유화학업계도 역 680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지난달 29일 기준 8000억원어치의 출하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선박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화물이 멈추면 아예 대안이 없다”며 “이 상태가 두 달만 이어지면 결국 생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를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불편도 현실화되는 조짐이다. 특히 주유소 수급 상황에 비상이 걸려 몇몇 주유소에서는 휘발유가 동이 났다. 서울지역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파업, 시위에 따른 지하철 출퇴근 불편으로 자가용을 이용하기 위해 일단 주유했다”면서 “지방 출장도 많은데 지금 기름 다 쓰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 것인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건설, 조선 등 전 산업계가 영향권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화물연대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 쌓이는 재고를 감당 못해 상당수 기업들이 생산을 셧다운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내년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극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 산업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재고자산을 공시하고 전년과 비교 가능한 195개 기업들의 재고자산 변동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65조4432억원으로 재고자산이 지난해 결산 때(121조4922억원)대비 43조951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경기하락 상황을 방증하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정리해고를 하는 등 긴축에 들어간 것이다.

물류대란 사태는 고물가 및 무역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물류대란이 길어지면 물류비 증가로 인해 소비자 물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납품 지연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어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1일 미중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물류 마비까지 겹치는 상황을 지적하며 내년에도 무역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예상됨에도 현재의 강대강 국면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이번 파업과 관련 시멘트 운수 종사자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나 화물연대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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