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에 누적손실 1.5조 달해···조선사와 선박용 후판 가격 놓고 협상 난항
中 정부, 제로 코로나 완화·잇단 부동산 부양책 발표 등 호재에도 내년 상반기께 철강 시황 회복 전망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철강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호재가 등장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에 이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철강사들의 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움직임이 내년 상반기에야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지 경제를 지탱하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급속도로 빠지며 소비·투자 심리도 얼어붙자, 예측보다 빠른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중국에서 부동산 분야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달하는 만큼,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구제 16개 조치’를 발표해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현지의 움직임에 국내 철강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 시기가 빨라질수록 철강 수요 역시 빠르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이 실제 효과를 내기까지 철강업계가 버텨야 하는 겨울 추위는 점점 더 매서워지고 있다. 끝나지 않는 화물연대 파업과 조선사와의 후판가 협상 난항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은 6일 기준 13일차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파업 기간 동안 철강업계의 일일 출하 차질 규모는 1100억원, 누적 손실은 1조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출하 피해량은 일일 평균 ▲포스코 2만7000톤(t) ▲현대제철 5만톤 ▲동국제강 2만톤 등 총 9만7000톤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에 철강과 정유 등 피해 업종에 즉각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권)의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 중이다. 이로 인해 철강업계의 피해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도입된 후 노동3권을 침해한다고 비판을 받아 18년간 한번도 발령된 적이 없다”며 “헌법은 물론 단결권 보호 의무를 규정한 ILO(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파업에 경북 포항의 한 도로 갓길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에 경북 포항의 한 도로 갓길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철강업계와 조선사의 선박용 후판 가격 줄다리기도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후판가 협상은 1년에 두 차례 진행되는데, 일반적으로 하반기 가격은 매년 9월께 결정됐다. 반면 올해는 이레적으로 연말이 됐음에도 협상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철강 및 조선업계도 후판 ‘가격인하’에는 뜻을 모았지만, 하락 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현물 기준)은 이달초 톤당 107.3달러다. 지난해 상반기 200달러를 웃돌던 시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선업계를 이를 감안해 후판 가격도 과감하게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조선업계가 지난해 상·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등 원재료 가격상승을 이유로 후판 가격의 인상을 세 차례 받아들인 만큼, 철광석 시황에 맞춰 가격인하가 단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후판가격은 톤당 120만원 안팎이다. 조선업계는 90만~100만원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철강업계는 톤당 110만원이 적정하다고 맞선다. 양쪽 업계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시장에선 올해 하반기 후판가 협상이 연말까지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각 제철소뿐만 아니라, 조선사의 실적에도 곧바로 연결되면서 양 측이 한발짝도물 러나지 않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하반기 후판 협상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다음 협상 기간인 상반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 빠르게 타협점을 찾아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