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승인기간 연장하자는 것 자체가 결합 승인 의지 있다는 방증 해석
합병 반대하게 될 경우 향후 자국 사례에도 동일 원칙 적용해야 해 경쟁당국들도 부담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비창 앞에 양사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비창 앞에 양사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영국에 이어 미국 경쟁당국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판단을 유예했다. 일각에선 합병이 무산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미국 노선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결합하게 되면 합병 시너지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추가심사를 진행키로 했다. 자국산업 및 소비자 편익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사절차에 의거해서 기간이 연장된 것이지, 더 심각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심사는 잘 진행되고 있고 소비자 편의, 신규항공사 진입과 관련한 부분 등에 있어 관계당국에 잘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가 심사를 벌이기로 한 기간은 당초 이달 중순까지였으나 기한을 연장하면서 이를 놓고 갖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과연 합병이 끝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국 경쟁당국의 결정은 나머지 국가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번 조치만을 놓고 합병 무산 가능성 등을 논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이야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애초에 합병 승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심사를 연장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합병을 불허할 것이라면 미국 경쟁당국은 다른 모습의 행태를 보였을 것”이라며 “현재 모습은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높게 끌어내기 위한 샅바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유럽연합(EU) 불승인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무산된 사례와 비교하지만, 업계는 전혀 다른 사안으로 평가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의 경우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명분이 있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한다 하더라도 심각한 미주노선 독점 우려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미국의 델타항공과 스케줄 등을 연결하는 조인트벤처를 맺고 있기도 하다. 델타항공은 이전에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며 대한항공 경영권방어 백기사로 나서기도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사들의 대형화는 세계적인 추세인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반대하면 나중에 그 원칙이 본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며 “대한항공 입장에선 델타항공과의 협력관계를 잘 설명해 협상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최종 합병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경쟁당국이 어떤 조건을 내세우느냐 여부가 하나의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각종 조건으로 합병 시너지는 약해진 상황이다”면서 “이런 가운데 핵심노선으로 여겨지는 미주노선에서의 수익성도 지키지 못하면 대한항공 입장에선 합병을 계속하기도, 멈추기도 어려운 진퇴양난 상황에 처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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