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조, 한화의 4대 요구안 수용에 ‘매각 지지’로 입장 선회
금속노조, 하청노조 손배소 철회 요구하며 반대 입장 고수···대우조선 노조 “금속노조 탈퇴 여부도 고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지난달 13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4대 요구안 수렴을 위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대우조선 노조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지난달 13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4대 요구안 수렴을 위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사진=대우조선 노조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경쟁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예정대로 한화가 인수 절차를 밟게 됐다.

8일 한화에 따르면 단독 인수 후보자로 선정된 후 현재 대우조선의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예정대로 올해 안에 본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및 주요 경쟁당국의 결합 심사 등의 절차가 내년 상반기에 완료되면 인수 과정은 종료된다.

그러나 마지막 난관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전국금속노조가 여전히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 노조)는 한화로의 매각에 찬성했지만, 상위조직인 금속노조는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도 관리하고 있어 대우조선 노조와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속노조와 대우조선 노조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한화가 인수 의사를 밝힐 당시는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조와 대화 없이 회사 측에서만 진행된 결정이라며 반발했지만, 임직원 사이에서도 더 이상 매각 작업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4대 요구안’만 수용된다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4대 요구안은 ▲고용보장 ▲노조 및 단체협약 승계 ▲회사발전 ▲지역발전 등이다. 한화 측도 노조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다고 밝혔고, 현장 실사가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최소한의 요구조건을 한화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현장 실사 저지까지 고려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한화가 본계약 체결 후 4대 요구안 수용과 대우조선의 발전 방향에 관해 협상하자고 제안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족)가 올해 중순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를 불법 점거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족)가 올해 중순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를 불법 점거한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반면 금속노조는 여전히 ‘졸속·특혜 매각’이라며 한화가 인수 계획을 발표할 당시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와 대우조선 노조는 올해 중순, 이미 한 차례 ‘노노(勞勞)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하청노조는 51일간 옥포조선소 1도크를 불법 점거해 생산 공정을 한달 넘게 지연시켰다.

당시 같은 금속노조 소속인 하청노조의 도크 점거에 회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져 대우조선 노조는 금속노조에서 탈퇴하려 했다.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조직 형태 변경 안에 전체 조합원의 41%가 서명하기도 했다.

단, 하청노조가 불법 점거를 끝내면서 대우조선 노조는 금속노조에서 탈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화로의 인수 과정에서 또 다시 금속노조는 하청노조를 들먹이며 대우조선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속노조는 하청노조가 대우조선으로부터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 받은 상황이어서, 이 소송이 철회돼야 M&A 과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사측과 노조 측은 인수합병과 하청노조 손배소는 다른 문제라며 소송을 철회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에 대우조선은 816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하청지회에 소속된 협력사 역시 대우조선을 지탱하는 업체들”이라며 “이들이 겪고 있는 손배소 등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합병 과정이 진행된다는 것은 졸속 매각에 불과하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금속노조가 하청노조를 구실로 M&A에 계속 반대할 경우 올해 여름처럼 다시 한번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노조 관계자는 “하청노조로 인해 회사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며 “금속노조가 하청노조만 계속 감싼다면 더 이상 금속노조에 속해 있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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