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중요성 높아지면서 탄소중립 발표 ‘속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수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아산캠퍼스 인근 저수지에 조성한 친환경 생태 식물섬 모습
삼성디스플레이가 수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아산캠퍼스 인근 저수지에 조성한 친환경 생태 식물섬 모습.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최근 잇따라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을 선언했다. 삼성전기와 삼성SDS도 RE100 가입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이 강조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요성도 높아지면서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5대 전자 계열사 중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RE100 가입을 공식화했고, 삼성전기와 삼성SDS도 친환경 투자 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RE100 가입을 위해 준비 중인 단계”라면서도 “발표 시점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계열사 맏형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RE100 선언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삼성전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공정가스 저감과 수자원 보존 등 환경경영 과제에 2030년까지 7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 내 모든 해외 사업장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초저전력 반도체와 전력 소모량을 절감할 수 있는 전자제품 개발 역량도 강화한다.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지난 3일과 13일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배터리 제조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저전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도 높일 예정이다.

전자 계열사는 제조업 특성상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은 아직 미비해 탄소중립은 도전적인 과제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보다 22%포인트 이상 낮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은 공정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불가피해 RE100 가입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자 계열사들이 RE100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건 친환경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기후위기 심각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은 글로벌 투자사와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환경 보호와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발표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삼성전자 경쟁사인 애플, 인텔, TSMC 등은 일찌감치 RE100에 가입한 점도 부담이었다.

삼성 전자 계열사들이 잇따라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RE100에 가입하자 기후 변화로 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응답한 것이라며 환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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