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국민 관심 낮단 지적···이슈 부재 속 정권 초 정책 검증 어려움
정부의 자료제출 거부·증인 채택 부진도 한몫···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 

국회 외교통일위 김석기 국민의힘 간사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국감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영상을 재생하는 것을 두고 여야 의견 차이로 감사가 중지되자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 김석기 국민의힘 간사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국감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영상을 재생하는 것을 두고 여야 의견 차이로 감사가 중지되자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 국정감사가 알맹이 없는 정책 검증이 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정권 교체 과도기란 시기적인 부분에 더해 불성실한 자료제출과 증인 채택 부진으로 정책보다 정쟁이 부각되는 국감으로 흘러간단 비판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4일부터 정부부처와 산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부처별로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과 공공기관 관리, 세제개편안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 에너지정책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화폐 예산 삭감과 벤처 창업 지원,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이,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공급과 국가균형발전 체계 구축, 소외지역 교통인프라 구축 등이 주된 국감 의제로 다뤄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국감은 예년에 비해 관심도가 다소 떨어진단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대장동 문제와 같은 대형 사안이 없는 상황에서 새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열리다 보니 여야 모두 정책 이슈화도 쉽지 않다.  

야당 입장에서 국감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좋은 기회이지만 정권 초에 국감이 열리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 있다는 실질적 근거를 제시하기 쉽지 않다. 자칫 새로 출범한 정부 발목잡기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실제 최근 국감에 출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 세제 개편안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 지적에 “일단 정부 정책을 믿고 2년 정도는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여당 입장에선 지난해 국감의 경우 국민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정책에 염증을 느끼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 올릴만한 분위기였지만 정권 교체 뒤에 열리는 이번 국감에서는 다소 분위기가 다른 상황이다. 

국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 얼마 지나지않아 열린다는 점에서 여당은 전정권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며 “새정부 지지율이 높다면 이게 사회적으로 파급력을 가지겠지만 지금은 정부 지지율이 같은 시기 역대 정부에 비해 많이 낮은 상황이라 전정권 심판 이슈가 동력을 받기 쉽지 않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료 요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부분도 국감의 긴장도를 낮추는 한 요인이란 지적이다. 기재부의 경우 한 달 전 발표한 내년 예산안 관련 예산 감축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감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 상당수가 기재부에 내역을 요청했으나 기재부는 끝까지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국감장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자료 제출을 촉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예산감축 내역 상당수는 복지 분야일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구체적 자료가 없다보니 의원들이 제대로 문제점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가 있어야 날카로운 질의가 가능한데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로 제대로 된 감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건설사나 통신사 등 주요 기업인들의 증인 채택이 부진하다 보니 국감의 맥이 빠진단 얘기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우 건설사 대표 등 기업인 96명을 증인으로 요청했으나 최종 채택된 증인은 4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소환된 카카오모빌리티와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의 경우 오너 대타를 불렀단 비판도 제기된다.

국토위 관계자는 “증인채택이 잘 안되면 정책 검증이나 기업의 문제점 지적하는데 있어 어렵단 생각은 갖고 있다”며 “당초 9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 것은 처음에 신청한 의원실에서 증인 신청을 철회한 이유가 크다. 앞으로 남은 종합감사에서 증인을 추가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국감이 정책 검증보다 정쟁으로 흘러간단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 정책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 보다는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과 윤 대통령 풍자 그림, 서해 총격 사건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논란 등 휘발성 강한 이슈만 부각되는 상황이다. 

외교부 국감에서는 해임 건의안이 통과된 박진 장관 출석,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관련 영상 상영을 두고 여야가 파행을 거듭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의 문 대통령 서면 질의 요구가 정치탄압이란 피케팅을 하며 개회가 지연됐다.

국감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감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체제에 익숙해진 피감기관들이 하루만 버티잔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상시 국감 도입 등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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