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인세 인하안 주요 쟁점
野 “80개 초대기업 감세 집중, 소기업은 증세”
정부 “감세 비율, 대기업보다 중기 높아”
외자유치·리쇼어링 세제 혜택도 거론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법인세 인하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였다. 야당은 법인세 인하 혜택이 대기업에 쏠리고 세수 감소로 취약계층 복지에 소홀해질 수 있단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여당은 대기업이 특정 주주의 소유란 관점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을 하나의 생태계로 인식해야 한단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외국인 자본 유치와 리쇼어링(해외진출 우리기업의 국내 회귀)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강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법인세 인하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기재위 기획재정부 조세 정책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내용 중 법인세 부분을 집중 질의했다. 기업 규모별 법인세 감면 혜택 정도를 두고 정부와 야당 간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다. 야당은 대기업의 감세 금액이 크단 점을 부각한 반면, 정부는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의 감면 비율이 높단 점을 강조했다.

◇“80개 대기업 4조1000억원 감세···3만4000개 소기업은 증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0개 초대기업이 4조1000억원 감세를 받고 10만개에 이르는 중소중견기업이 받는 총 감세액은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법인세 감면이라고 하더니 3만4000개 소기업은 오히려 세금이 10% 늘어난다”고 언급, 정부 세제개편을 초대기업 편향 세제개편으로 규정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대기업은 10% 정도 감세 혜택을 보는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12% 정도 효과가 있다”며 “3000억원 이상 기업이 총 법인세의 40%, 25조원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국 신임 내각이 대규모 감세안을 철회한 부분도 국감 테이블에 올라왔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안의 감세 규모와 대상이 영국과 비슷하다”며 “이렇게 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다음 경고 대상은 우리나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와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영국의 감세안에 대해 양극화 심화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등 부정적 의견을 낸 바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와 영국의 경우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는 “영국의 핵심 문제는 감세가 아니라 재정건전성”이라며 “영국 국가채무비율이 100%가 넘는데 재정지출을 늘리다보니 국채 발행이 늘 것이란 관측에 국채가격 폭락 우려가 나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신용등급이 하향 전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로 취약계층 지원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법인세수가 늘어난 건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이 많이 벌었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낸 것”이라며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면)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취약계층의 두터운 지원과 약자와의 동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종식으로 재난지원금 등 예산 감소를 감안해 세수를 줄인 것인가. 복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은 충분한가”라며 “노인일자리, 청년일자리,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 등 중요한 예산을 조금씩 깎아 용산 대통령실에 쏟아부으려는 게 아닌가”고 따져 물었다. 

이에 추 부총리는 “늘 지원이 충분하진 않지만 내년 취약계층 관련 예산이 10% 이상 증가했다”며 “예년에 비해서도 낮지 않으며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기획재정부 조세 정책 부문 국정감사를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기획재정부 조세 정책 부문 국정감사를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

◇“법인세, 대기업·중기 운명공동체 관점서 봐야” 

여당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하나의 운명공동체란 관점에서 법인세 감세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기업구조가 선단 비슷하게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같이 운영하고 있고 그 밑에는 또 골목상권이 있다”며 “대기업이 법인세 감소로 투자를 확대하면 그 영향은 대기업에 들어가 있는 협력업체, 중소중견기업, 골목상권까지 다 받는다”고 말했다.

기업 도시의 경우 도시의 주력 대기업의 발전 정도에 따라 전체 도시 경제가 영향을 받는단 주장이다. 조 의원은 “(기업도시는) 하나의 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경제 공동 운명체라고 말해도 될 정도”라며 “대기업 감세로 인한 혜택이 자영업 소상공인까지 이어질 방안을 논의해야지 낙수효과 유무 논쟁만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추 부총리는 “결국 법인 이익은 주주에게 가고 그 효과는 제품가격 서비스 등 소비자에게 간다. 근로조건을 개선하는데도 움직이고 수많은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법인세”라며 “법인세 혜택이 주주한테 간 부분은 주주가 배당소득 이자 등 모든 걸 종합소득으로 해서 누진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일 등이 세제, 국가보조금 혜택을 주면서 좋은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려고 애를 많이 쓴다”며 “이제는 우리가 나서 국내 투자를 늘리고 생산성과 일자리도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전향적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근로소득세와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완화로 인한 혜택이 사실상 고소득층에 집중된단 비판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으로 연 5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금이 1만원 감소하지만 1억원 이상 근로자는 4만5000원 감소한다”며 “대주주 적용 요건을 한 종목 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렸다. 주식 100억원 이상 갖는 슈퍼갑 대주주는 2800명에 불과하다. 10억원 기준인 기존 세법을 적용받아 올해 상반기 주식양도소득세를 낸 사람은 7000명으로 전 국민의 0.01%”라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소득세의 경우 세제개편을 내면서 소득 하위구간 부담을 줄여주는 과표 조정을 했다. 누진세 체계이기 때문에 고소득층도 일부 혜택을 본다”며 “하지만 3000만원 소득을 가진 사람은 27% 세금부담이 줄고 고소득층은 1~5% 밖에 줄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중산, 서민층 소득에 대한 세금 감면이 더 크다”고 했다. 

특히 대기업이 한 주주의 소유라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삼성전자의 주주수가 약 6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대기업은) 누구 한 개인의 기업이 아니다. 이들이 투자를 늘리게 되고 생산성을 높이고 결국 세수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며 “그런 측면에서 감세 정책에 대해서도 신뢰해주고 정책이 시행되면서 2~3년 뒤 효과가 있는지 한번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외자유치·리쇼어링 적극 나서야”···세제 혜택 필요성

정부가 외국인 자본 유치와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장기 계획을 갖고 세제 혜택 등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단 주장도 제기됐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2012년 113개였던 외국인투자기업이 2016년 76개, 2021년 44개로 감소했다”며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혜택을 받는 리쇼어링 기업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9개에 불과하다”고 언급, 외투기업, 리쇼어링을 장려해야 국내 일자리가 늘어나고 근로자 소득도 늘어난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기업은 그 국가가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지를 보고 움직인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좋지 않아 많은 기업이 나가고 덜 들어온다는 것”이라며 “여기엔 규제나 지원, 세제 부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우리나라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에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리쇼어링 기업의 세제 혜택 요건이 까다롭단 지적도 제기됐다. 윤 의원은 “해외 사업장 규모를 줄여야만 세제 혜택을 준다”며 “리쇼어링을 결정할 당시 해외사업 여건이 좋지 않아 생산량 감소가 예상됐지만 상황이 바뀌어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 변화에 따른 탄력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다.

이에 추 부총리는 “취지에 공감한다. 현지기업들과 협의해 혜택을 확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해나가겠다”며 “리쇼어링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보고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