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기기 ‘마이크로 OLED’ ·AR 기기 ‘마이크로 LED’ 기술 개발
애플·메타 등, 삼성D·LGD에 기술 개발 요구···내후년 시제품 양산 전망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기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섰다. 메타버스 업체들이 국내 패널사에 기술 개발을 요청하면서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양사는 내후년 이후에나 패널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VR 기기에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R 기기에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검토하며 패널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지금까지 출시된 대다수의 메타버스 기기에는 마이크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활용됐다. 메타(구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중국의 피코 등이 제작한 VR 기기에 마이크로 LCD 기술이 적용됐지만, 이 제품은 응답 속도가 느려 어지럼증을 유발한단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 LCD 대비 응답 속도가 수십배 빨라 어지럼증을 개선할 수 있는 마이크로 OLED 패널을 VR 기기에 탑재할 계획이다.

VR 기기보다 주변 환경 영향을 더 많이 받는 AR 기기는 휘도 측면에 강점이 있는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메타버스 기기 사양은 VR 제품의 경우 3000ppi(픽셀당 인치수)에 5000니트, AR 제품은 5000ppi에 1만 니트 이상을 요구해 AR 기기의 휘도가 더 높아야 한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1인치 이하 패널을 의미하며 고해상도 구현을 위해 기존 유리 기판이 아니라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한다. 웨이퍼 위에 LCD, OLED, LED 등 어떤 재료를 올리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로 구분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 OLED 기술은 모두 OLED 위에 컬러 필터를 올리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는 파인메탈마스크(FMM)를 활용한 빨강·초록·파랑(RGB) OLED보다 공정 비용이 저렴하단 평가다. RGB OLED는 소비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양산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RGB 방식은 FMM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양산이 힘들다. 향후 5년 안에 개발이 가능할지도 불분명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컬러 필터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산도 이런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의 LG디스플레이 연구동. /사진=LG디스플레이

양사 중 마이크로 OLED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곳은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서울 마곡동 연구개발(R&D) 센터에 파일럿(시험) 라인을 구축하고 마이크로 OLED를 연구하고 있는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기술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내년 상반기 중 VR·AR 헤드셋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양사에 메타버스 기기용 패널 개발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한국보다 중국이 잘하고, 생산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등의 요인으로 한국 업체로도 눈을 돌리면서 개발 요청을 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시제품 양산 시점은 2024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용 기기의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도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은 VR·AR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은 지난해 5억8000만달러(약 8000억원)에서 2025년 59억9200만달러(8조3000억원), 2027년에 92억9800만달러(12조9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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