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증권사 이자율 다시 올라···90일 넘게 빌리면 최고금리 10% 넘는 곳도
빚투 잔고 19조원, 한 달 반 만에 2조원 늘어···7월 이후 증시 베어마켓 랠리 영향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할 때 적용하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줄인상하고 있다. 최고 이자율이 10%에 육박하는 등 금리가 치솟아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지난달 이후 주식 시장의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반등)와 맞물려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 잔고 규모는 늘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29일부터 일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융자 기간에 따라 0.4~0.5%포인트 올린다. 지난 4월 18일 0.9~1.7%포인트씩 이자율을 인상한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영업점 계좌의 경우 융자 기간 8~15일은 6.9%에서 7.4%로, 16~30일은 7.4%에서 7.9%, 31~60일은 8.4%에서 8.9%, 90일 초과는 8.9%에서 9.3%로 뛴다. 영업점 외 계좌는 융자 기관과 관계없이 8.9%에서 9.3%로 이자율이 오른다.

삼성증권은 이달 9일 일부 구간 이자율을 이미 0.4~0.5%포인트 인상했다. 가장 높은 금리는 지점 및 은행 연계 개설 계좌에서 9.8%(90일 초과), 비대면 계좌에선 9.9%(61~90일 및 90일 초과)다.

10% 이자율이 넘은 곳도 있다. 하나증권이 그린 등급 고객에 지난달부터 적용한 신용거래 이자율은 31~60일 기준 10.0%, 90일 초과 10.5%다.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올린 데에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과 함께 실적하락을 만회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10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신한·하나·메리츠·키움·대신)의 순이익 합계는 2조6866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4조6656억원) 대비 42.4% 줄었다.

증권사들의 순이익 감소는 증시 침체로 인한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용거래융자 이자 인상을 일제히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5일 기준 19조3050억원이다. 이달 10일부터 꾸준히 19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6월 중순까지 21조원대였던 이 잔고는 급락장을 거치며 같은달 28일 17조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7월 7일 17조4946억원을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하자 빚투 잔고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달 22일에는 19조5450억원으로 늘었다. 한 달여 만에 약 2조원 늘어난 셈이다. 19조원대인 현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서기 직전이던 2020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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