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 이끄는 ‘태·조·이·방·원’ 집중···정치·정책 수혜 기대주 중심 매수 활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원·달러 환율이 지난 26일 1340원을 기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원·달러 환율이 지난 26일 1340원을 기록한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환율 상승 국면에는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율 상승기에는 ‘매도’로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치·정책 수혜를 받는 기업 및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투자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초부터 지난 26일까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3조1977억원이다. 같은 기간 기관은 1조8761억원, 개인은 1조392억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4개월 만에 1340원을 돌파하는 등 환율 급등 상황에서도 외국인의 순매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조만간 환율이 정점에 달해, 하락 국면이 나타날 것이란 인식에 따라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집중된 종목은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전)’ 종목군이다. 태양광 및 이차전지 업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에 따라 상승세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국내 태양광 대표 기업인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지난달 25일 3만5400원에서 지난 26일 5만1300원으로 44.9%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서명함에 따라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ITC) 혜택 기간이 10년 연장되는 등 현지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 컸다.

한화솔루션의 세제 혜택 규모는 올해 기준 1400억원이다. 현재 건설 중인 추가 모듈 공장이 완성되는 2024년에는 26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조선 및 방산 업종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일 신규수주를 따내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 특히 방산 업종은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와 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57억6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의 1차 이행계약(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규모는 올해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원전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표적 정책 수혜 기대주인 만큼 오름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총 사업비는 300억달러(약 40조원)이며, 우리나라 수주 규모는 3조원이다. 한국이 대규모 원전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일각에선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시장에 완전히 복귀했다고 단정 짓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환율에 큰 변동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외국인들이 떠날 수 있다”며 “경기 및 통화 정책의 방향성이 뚜렷해지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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