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93조원 규모 기후위기 대응 법안 통과
EU, 80조원 기금 설립하고 탄소국경조정제도 강화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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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기후위기 대응 핵심 의제인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세계 주요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 확대를 통해 탄소 저감에 나서고 있고,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10월에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국내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중립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업종별 산업 동향을 조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세계 주요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들여 친환경에너지 및 전기자동차를 확대하거나 화석연료 퇴출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계층 지원에 나선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3750억달러(493조원)와 590억유로(79조원)를 투입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최소 40% 줄이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19일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기준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7400억달러(973조원)의 지출 계획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으로 예산의 절반이 넘는 3750억달러(494조원)가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에 쓰일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상원의원,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뒤로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상원의원,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청정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업체 등에 600억달러(79조원) 규모의 세액공제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청정에너지 제조 기업에도 900억달러(118조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향후 10년간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열펌프를 비롯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1만4000달러(184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있다.

또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신형 전기차에는 최대 7500달러(약 980만원), 중고차에는 4000달러(530만원)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다만 해당 차량은 미국에서 조립되고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국한된다.

앞서 미국은 2005년 대비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제시했다.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바이든 대통령 당초 공약인 3조5000억달러( 4600조원) 규모의 '더 나은 재건(BBB) 법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틀이 마련돼 입법 성과로 볼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유럽의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럽의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럽의회는 지난 6월 590억유로(79조원)의 기금 설립안을 승인해 에너지 정책 개편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저소득층과 기업 지원에 착수한다. 기금은 탄소중립 경제 전환 과정에서 소외돼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나 산업 지원을 위해 쓰이며 연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뒷받침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한층 강화하는 법률 초안에도 동의했다. CBAM은 탄소 배출 규제가 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수입할 때 추가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일종의 추가 관세로 규제 장벽을 높여 온실가스 저감에 고삐를 죄겠단 취지다.

CBAM에는 온실가스 배출 범위 안에서 여분과 부족분에 대한 배출권을 기업 간에 사고팔 수 있는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는데, 2027년부터는 무상 할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한다. 2032년에는 완전히 폐지할 방침이다. 또 EU는 CBAM 적용 품목을 기존 철강·전력·비료·알루미늄·시멘트 등 5개에서 유기화학품·플라스틱·수소·암모니아 등 4개를 추가해 9개로 늘린 상황이다.

이같은 법률 초안은 2030년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단 EU의 입법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의 일환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핏 포 55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석탄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에 공급하던 천연가스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은 석탄 발전 재개를 준비 중이고, 중국과 인도도 에너지난으로 석탄 의존도를 높였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나라별로 자원 조달이나 연료 관련한 이슈들 때문에 에너지 수급에 일시적인 조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 방향은 변하기 어렵다”며 “재생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확대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힘을 쏟아야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에너지난으로 화석 연료 사용을 늘리는 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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