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징검다리 기술로 각광···산업계 개발 ‘활발’
“경제성 한계···적은 양 저장 공간 확보 통해 기술 적용 필요”

/이미지 = 셔터스톡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의제인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세계 주요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 확대를 통해 탄소 저감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10월에 탄소중립 비전을 밝혔고 국내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업종별 산업 동향을 조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CCUS는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따로 분리한 뒤 저장하거나 재활용해 탄소가 배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술이다. 상용화를 위해 저장 기술 검증 작업과 부지 확보를 통한 경제성 확보가 필수적이란 평가다.

19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CCUS 기술을 활용해 2030년에 약 1030만톤(t)의 탄소를 감축한단 계획이다. 전체 탄소 감축량의 3.5%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2050년에는 비중을 10% 안팎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70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CCUS 기술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5% 정도로 제시한 바 있다.

CCUS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일정 수준의 산업 활동을 유지하면서 저탄소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이나 시멘트 업종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데, 탄소중립을 위해 대규모 공정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 6대 산업의 탄소중립 시설투자 비용은 2050년까지 199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CCUS 기술을 활용하면 저탄소·친환경 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공정 및 에너지 전환 이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생산 과정을 다른 공정으로 대체하거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은 바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CCUS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기후위기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과도기적 기술인 CCUS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도 CCUS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에너지업종의 포스코, 롯데케미칼, SK E&S 등이 대표적이다.

 SK E&S는 북미 CCUS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설비단지 전경. /사진=SK E&S

포스코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전환 기술 실증에 돌입한 가운데 내년 연말까지 공정 엔지니어링 기술개발을 완료해 설비 제작과 설치를 포함하는 기술 패키지를 구축한단 방침이다. 이 기술을 포항과 광양 제철소에 적용하면 총 32만톤의 탄소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탄소 포집 기술 설비 실증을 마치고 상업화를 위한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중 2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액화 설비를 건설하고, CCUS 기술 활용 규모를 2030년까지 연간 50만톤 규모로 확대한단 계획이다. SK E&S는 약 1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연간 최대 1200만톤의 탄소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북미 CCUS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CCUS 기술 상용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포집 기술은 일부 상용화가 이뤄졌지만, 저장 기술은 2025년 실증화가 목표다. 저장 공간 내부의 가스가 외부 충격에도 밖으로 누출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남아있느냐가 핵심이다. 또 탄소 저장을 위한 대규모 공간 마련도 쉽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진단 지적도 나온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호주 등 영토가 넓은 나라에 비하면 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할 수 있는 부지가 부족하다. 가령 노르웨이의 경우 북해 유정에서 시추를 하고 남은 공간에 탄소 포집을 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로지 탄소 포집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적은 양이라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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