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인한 손실 8165억원, 지난해 매출 18.2% 달해···손배 미청구시 경영진 배임 고소·고발될 가능성도
하청 노조 파업의 ‘정당성 판단’ 여부가 소송 가늠자
대우조선 “법과 원칙 따라 소송 진행”···하청 노조 “파업 정당하다, 원청 폭력 동원 진압 시도가 불법”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파업 종료 후 선박 진수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파업 종료 후 선박 진수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동조합 파업이 지난 22일 종료됐지만, 여전히 핵심 사안에 관해선 불씨가 남은 상황이다. 51일에 달하는 파업 기간 동안 발생한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우조선은 불법 파업으로 피해액이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손해배상 청구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손해액을 배상할 능력이 없고 정당한 파업이었다며 소송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헌법 제33조에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하청 노조의 파업이 정당하다면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면책되는 것이다.

다만 법원이 노조 파업을 ‘불법’이라고 판단할 경우 회사가 입은 피해규모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고 인정한 과거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 1994년 동산의료원 노조 파업과 관련해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전액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민사상 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 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만 국한된다고 판단한다”며 “정당성이 없는 쟁의 행위는 불법으로 보고 이로 인한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즉, 하청 노조의 파업이 불법인지 정당했는지에 관한 판단이 소송의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조 파업 종료 후 유럽 지역 선사로부터 수주한 대형 LNG 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조 파업 종료 후 유럽 지역 선사로부터 수주한 대형 LNG 운반선. / 사진=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 지난해 매출의 18.2% 손해…“법과 원칙 따라 소송 진행”

대우조선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청 노조는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의 ‘심장’으로 꼽히는 제1도크를 51일간 점거했다. 

사측이 발표한 피해규모는 8165억원에 달한다. 매출 손실 6468억원과 고정비 지출 1426억원, 선박 11척의 납기 지연으로 인한 지체보상금 271억원 등을 합한 금액이다. 지난해 매출 4조4866억원의 18.2%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주주들로부터 경영진이 배임으로 고소·고발될 가능성도 있다”며 “또 이번 파업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않으면 잘못된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이같은 상황 재연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파업으로 지연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대우조선 임직원 대부분이 2주일의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회사 정상화에 나섰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분리매각’까지 거론하고 있어 ‘회사 없이 근로자도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연차 사용은 임직원의 기본권이다. 하청 노조의 파업이 원청 근로자의 기본권까지 침해한 만큼, 사측은 이 부분도 소송 내용에 포함할 예정이다.

대우조선 경영진은 지난 2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소송 계획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원청의 생산 라인을 점거한 것은 ‘불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조만간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협상이 타결된 지난 22일 오후 협력사 및 노조 대표가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 협상이 타결된 지난 22일 오후 협력사 및 노조 대표가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노조 “폭력 진압하려던 회사 측이 불법, 파업은 정당”

하청 노조는 회사 측이 정부와 함께 파업을 폭력으로 진압하려 했다며, 불법을 자행한 것은 노조가 아닌 오히려 회사 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화적인 해결을 원했던 노조와 달리, 강력 진압을 실시하려 한 것은 분명한 불법이라는 것이다. 반면 하청 노조의 파업은 정당한 것인지 불법인지 판단이 어려운 만큼, 분명한 불법 행위를 하려 했던 사측이 손해배상소송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청 노조 측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은 “회사 측의 불법은 명확하고 하청 노동자와 노조의 불법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불법 운운하는 태도는 매우 편향된 태도”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대우조선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강조하며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무리한 주장”이라며 “정당한 쟁의 행위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 조항이 규정돼 있어 대우조선 경영진이 배임죄로 기소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8000억원이 넘는 손실액을 하청 노조가 보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원에서 손실액을 줄여도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감당할 수 있는 노조원은 없다는 것이다.

하청 노조 관계자는 “원청의 대응에 우리는 비폭력으로 대응하며 파업 과정을 합법이라는 범위 안에서 진행했다”며 “대우조선의 손해배상소송 계획은 중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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