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기간 손실 추산 규모 ‘8000억원’···대주주 산업은행 ‘파산 카드’ 압박에 극적 합의안 도출
대우조선, 하청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진행 예정···노조는 소송 철회 요구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노사 협상 타결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노사 협상 타결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 사태가 51일 만에 협상 타결로 종료됐다. 이 기간 대우조선이 입은 손해액은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청업체 노사는 22일 오전 8시에 협상을 시작해 오후 4시 30분쯤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양 측은 이날 8시간가량 줄다리 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도출했다. 하청 노조는 파업을 마치고 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불법 점거했던 거제 옥포조선소 제1도크 점거 농성도 마무리한다.

권수오 대우조선 사내 협력사 회장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고 대우조선해양과 관계 회사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며 “51일간 파업이 진행됐는데, 51개월 만큼이나 긴 시간이었고 협상을 시작한지도 22일이 지나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 측인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늦었지만 엄중한 사태를 해결하고 원만하게 잠정 합의했다”며 “다시 한번 국민에 머리 숙여 감사한다”고 전했다.

대우조선은 오는 23일부터 2주일간 여름휴가에 돌입한다. 이날까지 협상안이 도출되지 않았다면 대책없이 파업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파업이 계속될 경우 공정자금 투입을 중단하는 ‘파업 카드’까지 검토한 바 있다. 최근까지 11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음에도 불법 파업이 계속되며 손실규모가 커지자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하청 노사가 극적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청 업체인 대우조선이 파산에 이르면 하청 업체가 줄도산하는 것은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정 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파산 절차 등을 밟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하청업체 노사간 합의는 이뤄졌지만, 대우조선과 하청 노조와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대우조선은 하청 노조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청 노조 측은 소송 철회를 요구했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대우조선이 하청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대주주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주들에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전가될 수 있다. 이는 경영진에 배임죄 처벌까지 가능한 사안이다. 

한편, 한 때 공권력 개입까지 거론됐던 이번 파업 사태를 극적 타결로 이끈 것은 산업은행이 꺼내든 ‘파산’ 카드가 주효했지만, 정치권과 여론이 등을 돌리며 하청 노조의 파업 동력이 약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우조선 하청 노조가 하루 빨리 불법 파업을 중단하고 생산 정상화에 나서는 것이 모두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청노조의 파업을 대우조선 임직원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대우조선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수년간의 조선업 불황으로 임직원 모두가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야 호황을 맞이해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하청 노조의 도크 불법 점거로 수만명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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