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성' 강조하는 팬덤 문화, 팬덤 주체 확대로 이어져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KBS 예능인 '주접이 풍년'에서는 주로 ‘덕질’을 하는데 있어 세대, 젠더와 같은 요소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덕질을 하는 다양한 팬 주체가 등장한다. 이 예능은 팬들의 팬 행위 또한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팬 문화가 ‘대중화’되어가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듯하나, 동시에 팬덤을 하나의 예능 콘텐츠로 만들고 주목을 받는 것만큼이나 여전히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있단 것을 반증하고 있기도 하다.

덕질이라고 하는 행위는 오랜 기간 동안 사회문화적으로 하향 평가되어온 경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빠순이’라고 하는 용어의 기원도 그랬고, 특정한 연령대가 지나면 ‘철이 없는 행위’로 인지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팬 행위의 주체는 하나의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중년 남성은 누군가의 팬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쉽다. 동시에 이는, 중년 남성이 팬 행위를 하는데 있어 크나큰 장벽이 된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구성된 이미지에 포함되지 않는 주체들은 행위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비가시화된다.

그러나 트로트 장르의 부상과 다양한 형태의 덕질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면서 팬 행위가 더 이상 특정 세대 혹은 특정 젠더만의 문화가 아니란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특히 팬덤 문화가 강력한 결속력을 갖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연계하며 ‘행위성’을 강조하는 특징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팬 실천이 밖으로,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팬덤 실천을 주목하는 것도 그 이유 덕분이다(많은 해외 연예인들이 우리나라의 열정적인 팬 문화에 감동하는 것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팬은 복수로 존재한다. 이는 인간이 관계와 연결, 공감과 유대를 맺는 사회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좋아하고 이를 나눌(공유) 대상 또한 동시에 찾게 된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하고, 이를 함께 좋아하길 바란다. 이런 팬덤의 특성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성격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때문에 팬덤은 동시에 하나의 동사로 표현된다.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이런 팬들의 자체-확장 방식은 산업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마케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한 ‘팬의 무형자산화’는 이런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엇보다 ‘팬 실천’이 젠더적으로나 세대적으로 점차 확장돼가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팬 행위’ 주체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자신의 팬 행위를 드러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많은 팬들이 언제까지 덕질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자유롭게 말하고 최애의 대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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