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흐름이자 새 먹거리로 떠오른 전기차···무비판적인 비난 지양해야
정부, 최근 전기차 화재와 관련 파악한 부분 공개하고 불안감 잠재울 필요 있어
향후 또 다른 전기차 문제 발생할 수 있지만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대책 필요해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부 교수] 최근 부산 전기차 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톨게이트 충격방지대에 고속으로 부딪히며 화재가 발생하고 탑승자 두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화재는 짧은 시간 안에 800도 이상으로 올라 확산됐다. 출동한 소방대원은 이동용 수조를 만들어 화재를 진압했지만 재점화된 불길로 아침까지 소화를 이어갔다.

최근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면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년 이내에 완전한 주도권을 쥐면서 오는 2025년 글로벌 기준으로 연간 2500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제작사들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고 디젤차 생산을 중단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산업적인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며 정부 역시 산업적 경착륙이 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물론 전기차는 새롭게 등장한 모빌리티인 만큼,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비상 시 대처방법이나 구난구조 매뉴얼이 아직 자리 잡히지 않았고, 일반인들 역시 전기차 관리 및 운영방법에 대해 미숙한 경우가 많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대부분 활용되고 있는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 이온 배터리다. 리튬이라는 액체로 구성된 전해질은 외부의 심한 충격이나 압력 등으로 분리막 등이 파손되거나 심각한 열적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온도가 1000도에 이르며 대처할 시간 없이 화재가 빠르게 번진다.

이러한 불길은 소화 또한 쉽지 않다. 미국 연구기관 자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화재 진압엔 평균 50분이 걸리고 물 1000리터(ℓ)가 소요되지만, 전기차 화재는 진압을 위해선 7명의 소방대원이 8시간동안 소화를 해야 하고 물은 약 10만ℓ가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전기차 소화를 위해 갖은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불에 타는 전기차를 수조에 담그거나 단단한 배터리 모듈을 뚫고 물을 넣는 방법 등이 있다.

최근 국내 소방청에서도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구난 구조 매뉴얼을 제정하고 있지만 지속적이고 철저한 준비가 더욱 요구된다. 근본적으론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에선 배터리 셀 속에 특수 소화 기능을 갖춘 원자재를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머지않아 골든타임을 늘리거나 초기 화재는 소화가 가능해지는 등 긍정적인 성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은 지나치게 선정적인 용어사용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판매가 이미 글로벌 흐름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한 두 사건만으로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이어가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부정적인 용어를 통해 공포감을 키우는 데 부채질 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판단된다. 언론 및 전문가들은 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동시에 전기차의 장점도 함께 부각하며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취해야 한다.

또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선 게임 체인저급 기술과 더불어 각종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책이 준비돼야 한다. 예를 들면 다가오는 여름철 침수도로를 지날 때나, 과속 방지턱을 통과할 때의 대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의 바닥충격으로부터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의 각종 문제 중 관심이 커지는 화재 가능성과 관련해선 철저한 분석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직까진 전기차의 보급대수가 적어 내연기관차 대비 대비책이 미흡한 편이다. 그러나 향후 보급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최적의 대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정부 당국에선 이번 부산 전기차 화재사건과 관련해선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1차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하루속히 객관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정확한 정보가 미흡하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들이 돌며 혼란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수 년 전에 BMW 화재 사건이 발생하며 국민적 공포감이 커지자 국회는 물론 국토교통부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객관적으로 조사 및 발표한 적이 있다. 현재의 사태가 그 정도 규모는 아니지만 담당부서가 현재 밝혀진 부분이라도 국민에게 알린다면 불안감은 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우리와 유사한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으나 보상과 대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덕분에 전기차 활성화 흐름에선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우리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대책이 요구된다.

전기차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필수적인 흐름이다. 현대차 등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선두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점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전기차 화재 사건을 비롯해 앞으로 있을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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