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버거킹·KFC 등 잇따라 매물로···버거 프랜차이즈 3강 지각변동 예고
국내 식음료 시장 프리미엄화 영향···기업들 국내 대신 해외로 투자금 돌리는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맥도날드·버거킹·KFC 등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다. 국내 버거 시장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양분화되면서 프랜차이즈 버거를 대체할 신규 브랜드가 대거 등장하고 있는 영향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프랜차이즈 버거=정크푸드(junk food)’ 이미지가 굳혀져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프리미엄 버거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엔데믹 시대에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실적 반등 기대감에 매각을 원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의 잇따른 매각 소식에 국내 버거 시장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4000억원, 2018년 2조8000억원, 2020년 2조96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버거 수요가 늘어 4조원대로 추측되고 있다. 버거 시장은 성장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매각을 고려하고 있어 기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의 3강 체제(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도 깨지는 모양새다.

국내 5대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 실적 현황.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5대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 실적 현황. / 자료=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우선 현재 매물로 나온 버거 프랜차이즈 기업은 맥도날드·버거킹·KFC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미래에셋증권을 자문사로 선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6년 만에 한국 맥도날드 사업을 양수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맥도날드는 2006년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는 현지 사업자에 사업 총괄을 맡기고 본사는 로열티만 받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앞서 맥도날드는 지난 2016년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과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KFC를 보유하고 있는 KG그룹도 올 초 삼정KPMG를 매각사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버거킹을 운영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지난해 말 버거킹의 한국·일본 사업권을 매각하기로 하고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여기에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상장을 폐지한 맘스터치도 매각설이 돌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버거 프랜차이즈 기업의 잇따른 매각을 크게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양분화된 시장에서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경쟁에서 밀렸고, 이에 따라 기업이 국내 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려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가성비 버거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2020년 사업을 본격화해 론칭 2년여만에 가맹점 250개를 돌파했다. 노브랜드 버거는 단품, 세트 모두 경쟁사 대비 20%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쉐이크쉑 버거, 고든램지버거, 굿스터프이터리 등 미국 버거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은 미국 3대 버거로 유명한 파이브 가이즈의 국내 입점과 관련한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bhc그룹도 지난맬 말 슈퍼두퍼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조만간 강남역 인근에 1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가성비와 접근성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버거 시장이 성장했지만 최근 해외 유명 브랜드가 속속 오픈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랜차이즈 버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든램지 버거가 국내 론칭 당시 자사 버거를 “버거가 아닌 요리”라고 강조한 이유기도 하다.

버거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기업 매각 현황에 따라 국내 버거 시장도 크게 바뀔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마다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지금이 매각 적기라고 판단해 모두 M&A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부터 프랜차이즈 버거는 패스트푸드로 각인돼 건강을 해친다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버거뿐 아니라 식음료 시장이 프리미엄화되는 한국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국내 투자금을 태국, 터키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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