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엔테라퓨틱스, 호주에서 ‘iN1011-N17’ 임상 1상···설립 후 400억원 투자금액 유치
온코닉테라퓨틱스, P-CAB 제제 ‘JP-1366’ 임상 3상 진행···올 연말 임상 결과 도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설립 3년차인 대웅제약과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가 주목 받고 있다. 대웅제약 자회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는 비마약성 진통제와 이온채널 신약개발 플랫폼 등을 개발한다. 설립 후 400억원 투자금액을 유치했다. 제일약품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모회사의 낮은 ‘제품’ 비중을 만회할 수 있는 국내 세 번째 P-CAB 계열 신약후보물질 ‘JP-1366’을 개발하고 있어 경쟁사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권 제약사들은 최근 수년간 본사의 자체 R&D(연구개발) 사업부와 별도로 신약개발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 R&D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자회사를 설립하는 원인은 소규모 전문인력과 예산으로 신속한 개발과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신약개발 구체적으로 특정 부문 신약에 인력과 비용 등 자원을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10%에 못 미치는 낮은 신약 상업화 성공률에 대한 위험부담을 공동투자로 분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별도 법인을 구축하면 본사에 비해 외부 투자유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대형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자회사를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신약개발 자회사를 설립한 상위권 제약사로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이 손꼽힌다. 이중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한 경우다. 반면 대웅제약과 제일약품은 국내 설립한 사례다. 설립연도도 지난 2020년으로 동일하고 설립 3년차인 올해 일부 실적을 올린 것도 유사하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우선 대웅제약은 지난 2020년 10월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대표는 설립 이후부터 박종덕 전 코오롱제약 개발본부장이 맡고 있다. 박 대표는 노바티스 등에서 혈액암과 간장학 치료영역에서 임상개발, 제품개발 및 마케팅을 경험했다. 그는 집단 약동학 모델을 통한 소아용 의약품 임상개발 플랫폼을 글로벌 제약사에 공동개발과 기술수출 경험이 있고 해외 유수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기술평가 검토 관련 자문 진행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당초 대웅제약의 이온채널 신약개발 플랫폼과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치료제, 뇌질환 치료제 개발팀을 분사한 바이오기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온채널은 세포막 안쪽과 바깥 사이 이온을 통과시키는 막 단백질을 지칭한다”며 “근육수축, 호르몬 분비, 신경전달물질 분비 등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온채널 활성도를 조절하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질병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이엔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비마약성 골관절염 통증치료제 신약후보물질  ‘iN1011-N17’은 ‘Nav1.7’이라는 이온을 통과해 통증에 직접 작용하는 신호를 차단, 중추신경계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Nav1.7은 대웅제약이 지난 2009년부터 연구를 진행한 이온채널 중 하나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현재 호주에서 ‘iN1011-N17’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설립 후 만 2년이 안 된 상황에서 400억원 투자금액을 유치한 것으로 집계된다. 설립 다음해인 2021년 3월 140억원 규모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이어 올 2월에는 260억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유치한 투자금으로 ‘iN1011-N17’의 유럽임상 2상 준비와 함께 추가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이엔테라퓨틱스는 지난해 400억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업체”라며 “투자금액 유치도 중요하지만 설립 3년차에 성과 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약품도 지난 2020년 5월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대표는 김존 사장이다. 현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신약후보물질은 2개다. ‘JP-1366’과 ‘JPi-547’이다. 숫자는 적지만 두 후보물질 중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기반 신약후보물질 JP-1366은 국내에선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오는 8월 출시가 예상되는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에 이어 3번째 품목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최근 JP-1366의 위궤양 관련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역류성 식도염을 적응증으로 역시 JP-1366 임상 3상을 승인 받은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은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 품목 비중이 높아 직접 제조하는 제품 비중이 낮은 점이 지적받았다”며 “회사 입장에선 신약개발이 중요한데 특히 P-CAB 기반 신약후보물질에 주력하는 것이 파악된다”고 말했다. 제일약품과 온코닉테라퓨틱스는 JP-1366의 임상 3상 종료 시점을 올해 말로 예상하고 있어 임상시험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 출시도 전망된다. 

지난 2020년 제일약품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JPI-547은 온코닉테라퓨틱스 실력이 확인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이다.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정부로부터 임상 1b상 진입을 승인 받고 환자 투약을 준비하고 있다. JPI-547은 파프와 탄키라제를 동시 억제하는 이중저해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파프는 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효소다. 암세포 DNA까지 복구하기 때문에 파프를 억제해야 암세포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 탄키라제는 암세포 생성에 필수적 효소여서 이를 억제시켜야 암세포 생성을 막을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2.6%로 집계돼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확연히 낮으며 아직까지 항암화학요법이 현실적으로 최선”이라며 “기존 1차 항암화학요법보다 JPI-547이 차세대 항암 요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지난해 3월 275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유치했다.

결국 대웅제약과 제일약품이 지난 2020년 설립한 신약개발 자회사가 수백억원대 외부 자금을 유치하며 모회사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특히 제일약품은 본사의 제품 비중을 높여줄 품목으로 JP-1366에 큰 기대를 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시간과 자금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인데 자회사가 일정 부분을 맡으면 본사 부담도 덜어질 것”이라며 “아이엔테라퓨틱스와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향후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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