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기존 제한 여전···“DSR 계획 구체화할 필요 있어”
“금리인상 추세·주택가격 주춤, 이자 더 발생할 수도”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주택시장의 대표상품인 아파트 인기 하락 등으로 지난해 광풍이 불던 오피스텔 시장도 싸늘히 식어가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권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청년층 내 집 마련 지원에 나선 가운데 시장에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여력 확대를 위해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경우 대출 한도를 확대해 주더라도 기존 제한 요건이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리가 증가 추세인 데다 주택 가격이 정체돼 있다는 점도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는 30일 발표한 ‘10대 긴급 민생대책’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포함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완화(60~70→80%)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소득 반영폭 확대 ▲청년∙신혼부부 대상 50년 초장기 모기지 출시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당장 3분기(7~9월) 중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을 현재 60~70%에서 80%로 올려주기로 했다. 단기간 내 주택 가격이 급상승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정상화해 실수요자에게 주거 사다리를 놔주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5억원 짜리 아파트를 처음 산다면 기존에는 LTV 60%를 적용받아 3억원을 대출할 수 있었지만 3분기부터는 LTV가 80%까지 적용돼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대출자 소득에 견줘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DSR 기준도 완화된다. 정부는 청년층(만 20~39세)이 과도하게 대출 규제를 대해 DSR 산정 시 장래소득 반영폭을 늘리기로 했다. 해당 연령층의 평균 소득액과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때 연령층의 평균 소득액을 함께 따져 보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26세에 20년 만기의 주택 구입용 대출을 받기 위해 DSR을 계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만 26세부터 만 46세까지 평균 소득 증가율이 산식에 포함돼 현재 소득에 합산되는 식이다. 기존 소득을 인정 받을 때보다 갚을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인정되므로 결과적으로 대출 가능액이 늘어나게 된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도 8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주택가격∙금리인상을 고려해 만기 기간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한 모기지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금리4.4%, 원리금균등상환으로 5억원을 대출할 경우 기존 40년 만기에선 월 222만원 상환해야 한다. 50년 모기지를 적용할 경우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206만원으로 약 16만원(7%) 감소한다.

업계에선 청년층의 주택 구입 여력이 커진 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장 LTV의 경우 기존 제한 요건에 대한 개선 여부가 언급되지 않아 주택 선택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생애 최초 구매 혜택을 받기 위해선 ▲부부합산 소득 1억원 미만 ▲투기과열지구 주택 가격 9억원 이하(조정 대상지역 8억원 이하) ▲대출 한도 최대 4억원 등의 제한을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대출 한도 4억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아무리 LTV를 80%로 높여줘도 5억원 초과 주택은 아무런 혜택이 없다”며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선 저렴한 주택 위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년층 DSR 산정 시 미래소득 반영폭을 확대하는 정책은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정책 취지는 공감하나 실무적 차원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출 규제를 완화더라도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과 주택 가격 정체로 인해 주택 매입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 추세에 50년 만기 구조로 인해 원금보다 이자가 더 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오는 7월 갱신계약 종료로 인해 국지적으로 전세가격이 불안한 지역이나 아파트 입주량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내 집 마련 수요가 일부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시사저널e DB
/그래픽=시사저널e DB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