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최대 4억원, 자금 부담 여전
DSR 적용 받아 대출액 더 줄 수도
금리 인상 시기, 실효성 크지 않을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80%까지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에선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한도가 4억원에 불과해서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8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LTV를 확대하더라도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하다는 점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책 혜택받더라도 9억원 집 마련 시 현금 5억원 조달해야

정부는 오는 3분기(7~9월) 중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을 현재 60~70%에서 80%로 올려주기로 했다. 단기간 내 주택 가격이 급상승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정상화해 실수요자에게 주거 사다리를 나주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5억원 짜리 아파트를 처음 산다면 기존에는 LTV 60%를 적용받아 3억원을 대출할 수 있었지만 3분기부터는 LTV가 80%까지 적용돼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선 청년층의 주택 구입 여력이 커진 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TV를 완화해 주더라도 기존 제한 요건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생애 최초 구매 LTV 혜택을 받기 위해선 9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해야 한다. 대출 한도는 4억원까지다. 9억원 짜리 집을 살 경우 LTV 80%를 적용받더라도 5억원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 사진=머니방위대 캡처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 사진=머니방위대 캡처

정책 혜택을 최대로 받는다 하더라도 현재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구매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은 8억735만원이었다. 지역을 서울로만 한정했을 경우에는 평균 값은 12억7722만원으로 치솟는다. 강북 14개 구는 10억1128만원, 강남 11개 구는 15억2548만원으로 나타났다. 강북지역도 고가주택 기준선인 9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강남 지역은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는 15억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했던 5억원대 아파트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2017년 60%에서 지난 4월 말 7%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급등기를 지나며 해당 가격대 아파트 매물이 급감한 것이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94.09%에서 50.8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남은 것도 대부분 외곽 노후 아파트나 소형 평수다.

◇DSR 규제로 LTV에서 받은 대출액 절반으로 ‘뚝’

LTV 완화와 함께 내놓은 DSR 규제 완화도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정부는 앞으로 청년·신혼부부에게 DSR 산정 시 미래소득을 반영해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방침이다. DSR은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청년층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일어나지 않은 미래 소득까지 반영해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월 말 시행되는 DSR 3단계로 인해 대출 절벽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단계가 시행될 경우 총 대출액이 1억원이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은행 기준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DSR이 소득기반으로 이뤄지다 보니 고소득자가 대출받기 수월해진 반면 서민들은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DSR 1단계로 지난해 7월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조정지역 등 전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DSR 40%를 적용해 왔다. 지난 1월부터 적용된 DSR 2단계에선 총 대출액 기준이 2억원 이상일 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DSR 2단계 적용 예시. / 사진=머니방위대 캡처
DSR 2단계 적용 예시. / 사진=머니방위대 캡처

DSR이 40%라는 건 1년 동안 내는 이자와 원금 상환액이 연봉의 40% 수준을 넘어선 안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을 받는 30대 1인 가구 직장인이 5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하면 DSR로 인한 제약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LTV 완화 효과로 서울 아파트 구매시 4억원까지 20년 간 연 이자 5%로 대출받는다면 월 상환금액은 약 264만원이다. 하지만 DSR 40%가 적용되면 월급에 해당하는 355만원 중 142만원이 최대 원리금 상환액이다. LTV 기준 대출 가능액의 절반인 약 2억원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말 금리 7% 전망, 이자 부담에 규제 완화 실효성 낮을 듯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도 8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주택가격∙금리인상을 고려해 만기 기간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한 모기지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금리4.4%, 원리금균등상환으로 5억원을 대출할 경우 기존 40년 만기에선 월 222만원 상환해야 한다. 50년 모기지를 적용할 경우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206만원으로 약 16만원(7%) 감소한다.

50년 모기지 적용 예시. / 사진=머니방위대 캡처
50년 모기지 적용 예시. / 사진=머니방위대 캡처

하지만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연말까지 주담대 금리가 7%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상승함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주담대 4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빌릴 경우 현재 신규 금리(3.98%)를 적용하면 월 평균 이자 부담액은 79만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1% 증가할 경우 103만원까지 오른다. 금리 7%를 적용한다면 155만원으로 껑충 뛴다. 연말에 이자로 75만원을 더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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