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액제 구독 서비스 확대···원하는 차 교체 및 중도 해지 수수료 없어
구독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및 차량 관리 서비스 도입···일부 기능 구독형태 제공도
이익률 낮은 제조업 한계 돌파구···구독 서비스 영업이익, 차 판매 이익 수준 전망도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활성화로 구독 서비스가 널리 퍼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에서도 구독 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기본적으로 차량 대여해주는 것은 물론, 구독형 차량관리 및 전기차 충전 서비스와 일부 기능을 구독하듯이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도 늘고 있는 추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 셀렉션, 기아 플렉스, 제네시스 스펙트럼 등 구독 서비스를 국내 운영 중이다. 구독 서비스는 장기렌트와 방식은 비슷하나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선 구독 기간 중 원하는 차를 골라 이용할 수 있다. 현대 셀렉션의 경우 최대 14개 차종 중에서 차를 선택할 수 있으며 구독 요금에 차량 관리 비용은 물론 보험료, 자동차세와 같은 비용도 포함돼 있다. 중도 해지 수수료가 없거나 낮은 수준이라 필요한 기간에 원하는 차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뿐 아니라 킥보드, 택시, 주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 연계 서비스도 함께 이용 가능하다.

이에 일반적인 장기렌트보다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 셀렉션은 지난 2020년년 4월 런칭한 이후 가입자 1만3000명을 돌파했으며, 구독률도 9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시작된 제네시스 스펙트럼의 경우 지난 1분기 말 기준 누적 가입자 8500명을 기록하며 1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구독 서비스 요금제를 다분화해 고객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현대 셀렉션 레귤러팩 요금제는 엔트리,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N, EV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가격대는 49만~99만원 수준이다. 또한 서비스 지역도 수도권과 부산에 이어 제주까지 진출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 셀렉션 요금제. / 사진=현대차
현대 셀렉션 요금제. / 사진=현대차

단순 차량을 대여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구독형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구독형 전기차 충전 요금제를 통해 매달 일정 비용을 내면 약정 충전량 내 충전요금을 최대 50% 할인해 준다.

기아는 향후 중고차 사업진출 시 중고차 구독 서비스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객은 신차 구독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증중고차를 구독할 수 있으며, 신차 같은 출고 대기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시점에 차량을 즉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입차 중 구독 서비스에 적극적인 곳은 BMW코리아다. BMW는 앞서 미니 브랜드를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진행한 데 이어, 자동차 업계 최초로 구독형 차량 관리 프로그램인 ‘BMW 서비스 케어 플러스’를 런칭했다. 수입차의 경우 보증기간 이후에는 수리비 부담이 큰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보증기간 만료 후에도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또 테슬라가 문을 연 소프트웨어 구독 방식도 향후 새로운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현재 자율주행 기능인 ‘FSD(Full Self Driving)’을 월 199달러(약 24만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옵션 구매시 선불로 1만2000달러(약 15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최근 벤츠도 전기차 ‘EQS’를 유럽에서 출시하며, 연간 일정 구독료를 받고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0월 향후 구독 및 서비스기반 비즈니스에서 신규 수익을 창출하겠다 발표하며 내년 출시 예정인 반자율주행시스템 ‘울트라 크루즈’를 구독서비스로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볼보도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인 ‘라이드 파일럿’ 서비스를 차세대 순수 전기차부터 구독 형식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가 구독 서비스를 늘리는 것은 수익성 문제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은 이익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률이 5.7% 수준이었던데 비해 삼성전자는 18.4%, SK하이닉스 28.8%, 네이버 19.4% 등이다.

아울러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판매 대수를 늘리기 힘들어진 가운데, 구독 기반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구독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채택률 30% 기준)은 1180억달러(약 147조원)로 글로벌 완성차 12개 기업 3년 평균 영업이익인 1090억달러(약 136조원)보다 높을 것으로 추산했다.

장대석 한자연 연구원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게임 등 타산업의 구독경제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향후 차량 구매 시 구독 서비스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구독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 기술 경쟁력이 완성차 브랜드 핵심 경쟁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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