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와 업무 협업 가능성 시사, 사업 진출 모색
주가 고점 대비 60% 폭락···실명계좌 연동 시 시너지 효과 주목
높은 밸류에이션 감안하면 향후 관건은 경쟁력과 성장성 입증
'루나·테라 연쇄 폭락'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서 성장성에 대한 확신 심어주는 것이 최대 과제

카카오뱅크 주가 변동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카오뱅크 주가 변동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카카오뱅크가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업무 협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실명계좌 연동 시 케이뱅크-업비트 제휴 선례만큼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높은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줘야 하는데 가상화폐 시장이 은행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뱅크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물밑 접촉을 하며 가상자산 분야 협력과 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발급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가상화폐 서비스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히며 사업 진출 의지를 공식화한 상태다. 

지난 3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 3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호영 대표이사는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금융 상품의 하나로 투자하고 관리하고 있다"며 "고객이 주요한 자산으로 여기는 만큼 이를 어떻게 서비스나 비즈니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이미 타 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늦어도 하반기 중으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고 거론되고 있는 거래소는 코인원이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코인원과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관련 협업 방안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거래 솔루션(매칭 엔진) ▲트래블룰 시스템 ▲오너 리스크 ▲보안사고 이력 등을 검토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실명계좌가 연동된다면 향후 관건은 경쟁력과 성장성이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는 고점 대비 60% 가까이 폭락하면서 성장률과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화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8일 전 거래일보다 1.50% 하락한 3만940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최고가를 달성한 지난해 8월 19일 9만2000원과 비교해 반 토막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공모가(3만9000원) 수준까지 근접했다. 지난해 8월 주식시장 데뷔와 동시에 대형 종목들을 제치고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지만 연일 신저가 굴욕을 맛보며 공모가 붕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성장주로 인식되고 있지만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어느 때보다 성장성을 입증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 루나와 테라코인 연쇄 폭락 쇼크가 발생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충격과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가상화폐 거래소의 입지와 투자 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이전만큼 호황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사진=카카오뱅크
사진=카카오뱅크

분명한 것은 케이뱅크 선례를 벤치마킹한다고 해도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통해 호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지만 가상화폐 시장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면서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폐 변동성이 커지고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비 가상화폐 거래량도 크게 감소한 상태다. 가상화폐 전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가상화폐 시장 이탈은 연일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를 고려해 시중은행들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하는 것을 조심하고 있는 입장이다. 리스크를 굳이 떠안으면서 큰 모험에 가까운 도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라는 신시장 개척은 양날의 검이며 그 자체가 성장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 진출은 고객 수 확보와 수수료 수익 창출이 주 목적인데 이미 독보적인 고객 수를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굳이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1861만명으로 전년 말보다 62만명 증가했다. 은행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503만명(닐슨미디어 데이터 기준)으로 전체 고객의 80% 수준에 육박한다.

또한 코인원은 지난 3월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연동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이번에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계약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재계약이 종료되는 2023년 3월 이후에나 협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시장에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최대 과제다.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카카오뱅크가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 진출과 업무 제휴에 관심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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