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콘텐츠 IP 재생산·확산의 구심점
OTT, 팬덤이란 '무형자산' 활용해야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콘텐츠 산업계에서 팬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팬덤은 아이돌과의 연계성이 높은 것으로 이미지화되기 쉽지만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범주를 갖는다. 예를 들어 애플이나 나이키는 소비자를 팬으로 잘 이미지화하고, 독특한 자신만의 브랜딩을 해나간 업체들이다. 팬덤의 역사는 이처럼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으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 이전까진 팬들의 행위, 즉 팬의 주체적인 수행성이 가시화되기 힘든 지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생산과 소비가 분리돼 있을 때의 말이다.

현재에는 팬들의 움직임이나, 그들이 생산해내는 서브 텍스트, 확장된 2차 텍스트와 콘텐츠가 가시화되는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했다. 실질적인 홍보와 마케팅, 브랜딩에 팬덤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게 된 것이다. 헨리 젠킨스가 말하는 ‘스프레더블 미디어’ 시대에 콘텐츠의 확산과 공유, 그리고 유통에 ‘팬’들이 매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콘텐츠 산업에서 팬덤을 ‘무형자산’이라고 부르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팬덤 문화의 산업적 자산관점은 사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도 충분히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지 마자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는 야외활동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용자들의 디지털 플랫폼의 구독률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OTT의 가장 중요한 지점인 ‘재밌는 콘텐츠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것인가’에 대한 전략과 팬덤 구축은 서로 깊게 연결돼 있다.

팬의 입장에서 하나의 장르 혹은 하나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게 되면 그것과 관련된 지식재산권(IP) 상품을 지속적으로, 주기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웹소설이 인기를 끌었다면, 그 웹소설의 시리즈화, 외전, 굿즈 뿐만 아니라 영상화, 그리고 그 영상화를 통해 생겨난 또 다른 IP까지 꾸준히 브랜딩을 하고 업로드하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브랜드를 갖게 되면 각각의 IP 확장의 입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선 칼럼에서 언급했던 ‘시맨틱 에러’의 경우 웹소설 팬덤, 웹툰 팬덤, 시리즈(영상화) 팬덤, 두 주인공의 팬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리디북스가 브랜딩한 BL 장르의 팬덤이 생겨날 수 있고 이것은 각각의 팬덤으로 콘텐츠를 더 소비하고자 하는 콘텐츠 프랜차이즈의 입구로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OTT들은 이런 전략들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의 손에 주어진 OTT 채널의 수는 너무나도 많다. 그만큼 국내 OTT 또한 경쟁상대가 많아진 것이다. 주어진 24시간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시간, 그리고 내가 머물 디지털 플랫폼을 찾는다는 것은 그 플랫폼에 나의 정체성과 취향이 적절하게 어울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팬들은 소비자와는 달리, 경제적 이윤을 따지기 전에 그곳에서 나의 성장과 대상의 성장을 함께 응원하고,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자신의 취향에 대해 공유하면서 아무런 대가 없이 팬 대상을 홍보하고 유통하며 전도한다. 결국 슈퍼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팬 대상을 슈퍼IP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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