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10년 가까이 결정 미룬 것 대비 비전문적 결정 아쉬워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되는 3년 뒤 또 다른 규제 만들어선 안 돼
완성차 업계, 합의문 통해 완전한 중고차 시장 개방 보장받아야
중고차 업계, 3년 사이에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해 변화 적응해야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부 교수] 중소벤처기업부가 완성차 업계 중고차 시장 진출 시기를 내년으로 결론지었다.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 이어진 중소벤처기업부의 늑장대응과 위법에 대해선 비난의 여론이 나온다. 개인들에게 준법을 요구하는 중앙정부가 법을 어기면서 소비자를 도외시하고 이해당사자와 이해관계만을 따져 결론을 지은 덴 책임이 있다. 지난해 여름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은 필자로선 이번 결정에 아쉬움이 남으며, 전문적이지 못했단 평가를 내리고 싶다. 이번 최종 결정은 지난해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의견을 모아 작성한 합의문과, 중고차 업계가 이후 주장한 무리한 요구조건 사이의 중간 지점으로 결정이 났다.

중고차 업계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을 두고 지난 6년 간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생계형적합업종 선정으로 또 다시 3년의 시간을 끌며 거의 10년 동안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중고차시장 개방은 골목상권 보호란 측면에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에서조차 완성차 업계의 인증중고차 사업을 요구하고 있단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OECD 국가 중 완성차 업계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고 있는 국가가 없단 점과, 이미 수입차 업체와 SK엔터카 및 K카 등 대기업 기반 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단 점 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 중기부는 이런 문제들을 고려했을 때 빠른 기간 내 결론을 도출했어야 했지만 위법을 하며 3년이나 결정을 미뤘다. 중기부가 대선 이후 결론을 도출하며 정책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을 따랐단 점은 비판을 받을 만하다.

현재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중기부의 결정을 받아들인단 입장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합의문 작성과 관련된 문제다.

일단 중고차 시장 개방과 관련해 합의가 났지만, 입증 확인과 담당자 결정 등과 관련해 추가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 다양한 세부적인 사항과 관련해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규제 일변도의 국내 상황에서 유권해석을 두고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며 규제가 규제를 만드는 후진적인 규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고차 업계에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단 점이다. 중기부는 중고차시장 개방을 1년 유예하고 내년 5월부터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점유율을 약 3%, 4%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기로 결정했다. 3년 뒤 완성차 업계는 점유율 제한 없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문제는 3년 뒤 상황이 달라졌단 이유로 새로운 규제가 생겨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고차 시장 개방까지 이미 근 10년이 소모된 상황에서 3년 후 새로운 규제로 인해 다시금 차질이 생겨선 안 된다. 완성차 업계는 합의문을 통해 어떤 이유로도 중고차 판매업이 저지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현재 중고차 시장 개방으로 큰 틀의 결론이 난 만큼 합의문 작성을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분명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기부는 앞서 저지른 위법에 대해 자기반성을 하고 소비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고차 업계의 향후 주장에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확실하게 매듭짓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가 이번 결론에 대해 마땅치 못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기부의 결론을 수용한 이유는 3년 뒤 어떠한 제재 없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단 점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는 남아있는 3년의 시간 동안 이전과 같이 세월을 낭비하기 보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전과 같이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시대는 끝났다. 중고차 업계도 이제는 소비자를 위한 시장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3년이란 세월이 총알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인 만큼 미래를 위한 준비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고차 시장 개방 문제가 잘 매듭지어지면서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 양측 모두 소비자를 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는 중고차 시장 문제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아닌 국토교통부로 넘어간 만큼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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