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 잔고증명서 위조해 일부 행사···공범 기소된 전 동업자 안씨 사건
11일 선고기일 취소하고 변론재개···“재판부 공소사실 상당한 의문” 전언
‘공소사실 불특정’ 지적 처음 아냐···‘축소 기소’ ‘차별적 공소제기’ 비판도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아무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연루된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공소사실이 불분명하다며 검찰에 석명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모 최씨의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의 사문서위조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성균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예정된 선고 공판을 취소하고 최근 검찰에 석명준비명령서를 발송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장모 최씨와 안씨의 공모관계, 각 범죄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이 실제 기소된 범위 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장문의 석명준비명령서에서 공소사실에 의문이 드는 대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6일 이 사건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불특정을 지적하면서 ‘장모 최씨의 부탁을 받고’ 부분과 ‘공모’ 부분에 대한 일시, 장소, 태양 등을 특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월7일 공판에서는 허위잔고증명서를 직접 위조한 김아무개씨의 이 사건 내 지위와 대가성 존재 여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윤석열 처가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김씨가 위조된 잔고증명서가 외부로 돌아다니자 장모 최씨와 안씨에게 욕설까지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을 때다.

검찰의 ‘축소 기소’ ‘차별적 공소제기’ 의혹도 이 사건 쟁점이 되고 있다. 위조된 잔고증명서는 총 4장인데 위조죄와 ‘세트’인 행사죄 혐의 일부가 안씨에게만 적용됐다는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사문서의 위조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조한 사문서의 ‘행사’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안씨에게 적용된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는 3개인데 반해 장모 최씨의 경우에는 1개에 불과하다. 재판과정에서 복수의 증인들은 장모 최씨가 기소되지 않은 안씨의 ‘위조사문서행사’ 과정에 장모 최씨를 보았다거나 관련돼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공소장에 장모 최씨의 범죄사실이 나타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장모 최씨는 지난 2005년 5월 위증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총 7건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 등이 있지만, 이 같은 범죄전력은 공소사실에 적시되지 않았다. 반면 안씨의 범죄전력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안씨 측은 재판부에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차별적 기소라고 주장하며 별도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장모 최씨 측은 과거 전과가 벌금형에 그쳐 범죄전력에 기재되지 않은 것이며 안씨의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것으로 ‘경합범’이므로 전과를 기재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씨 측은 장모 최씨의 여러 전과가 이 사건 범행에 전제하는 부동산 취득 및 개발 관련 전과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의 석명준비 명령에 대해 “재판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실을 따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결심공판 이후 변론이 재개된 사유가 공소사실의 문제라면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에는 “외부의 평가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장모 최씨와 안씨는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공모해 A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됐다. 장모 최씨는 2013년 4월1일자 100억원짜리 허위잔고증명서를 2013년 5월 이른바 ‘도촌동 땅’ 관련 계약금 반환청구소송에 준비서면에 첨부해 제출한 혐의(위조사문서행사), 2013년 10월 도촌동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절반은 A사, 절반은 안씨 사위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안씨와 분리돼 재판을 받았던 장모 최씨는 지난해 12월23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절차가 의정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장모 최씨는 23억원의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받아낸(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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