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증명서 위조’ 속행 공판···檢, 재판부 석명준비명령에도 의견 안 내
최은순 위조사문서행사죄 배제 등 공소사실 8개 의문···9월21일 결심 공판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위조된 통장잔고증명서(액면금 350억원 상당)를 행사한 범죄사실에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를 배제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출하라는 재판부의 소송지휘를 검찰이 따르지 않았다.

장모 최씨와 함께 기소된 전 동업자가 얻은 범죄 수익을 증명하라는 명령에도 검찰은 ‘개인적 사업용도로 썼으리라 추정한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거나 입증계획을 밝히지 못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장모 최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안씨에 대한 속행공판을 진행했다. 안씨는 장모 최씨와 공동피고인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이견으로 분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 기일 석명준비명령에 대한 검찰의 추가 증거 내용을 확인했다. 검찰은 재판 분리과정에서 일부 누락된 서류와 장모 최씨의 1심 판결문, 안씨 사위인 김아무개씨의 잔고증명서 사본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위조사문서행사 범죄사실을 안씨에게만 적용하고 장모 최씨를 배제한 이유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당좌수표와 관련된 사실관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직원에게 ‘자금력 과시’라는 범죄동기에 대한 공소사실 재검토 등 나머지 석명준비명령에 대한 답변을 대부분 하지 않았다.

시사저널e가 파악한 재판부의 석명준비명령에 따르면, 재판부는 사문서위조 범죄와 위조사문서행사 범죄 각각 4개씩 총 8개 부분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관련기사 “尹장모 최은순 왜 기소 안했나”···350억 ‘잔고증명서 위조’ 재판부의 의문) 

석명준비명령서에서 재판부는 “법정에서의 증인신문결과를 토대로 판단했을 때 최은순을 기소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것은 다소 의문이 있다”며 “그러한 판단 근거, 이 법정에서 관련자의 증언이 있은 후에도 (검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밝히기를 바란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은 ‘피고인(안씨)가 실질적으로 얻은 이익이 얼마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안씨가 개인적 사업용도로 돈을 썼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런 상황이 밝혀져야 한다면 계좌추적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입증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안씨의 변호인은 재판 이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은 의견서에서 (행사죄와 관련) 장모 최씨를 기소하지 않은 이유 등을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며 “범죄의 동기부분에서도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로 검찰이 알 수 없다’는 식으로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범죄동기는 공소사실에 기재가 돼 있는 내용으로 피고인의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며 “‘내심의 의사를 밝힐 수 없다는 검찰의 의견서 내용은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는 취지로 반박 의견서를 냈다”고 말했다.

사문서위조는 행사를 전제로 이뤄지는데 행사죄에 장모 최씨가 배제된 것은 부당하며, 실제 행사된 위조사문서 역시 최씨의 이익만을 위해 행사되었을 뿐 안씨를 위해 행사되지 않았다는 게 안씨 측 핵심 주장이다.

재판부는 오는 9월21일 피고인신문을 진행한 뒤 이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씨와 안씨는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공모해 A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됐다. 최씨는 2013년 4월1일자 100억원짜리 허위잔고증명서를 2013년 5월 이른바 ‘도촌동 땅’ 관련 계약금 반환청구소송에 준비서면에 첨부해 제출한 혐의(위조사문서행사), 2013년 10월 도촌동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절반은 A사, 절반은 안씨 사위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최씨는 지난해 12월23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항소심 절차가 의정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안씨는 공동범죄사실 외에도 2013년 8월30일, 11월29일 위조된 잔고증명서(액면금 약 72억)를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장모 최씨는 23억원의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받아낸(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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