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덕질은 혼자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즐거움 또한 크다. 팬이 개별로 존재하지 않고, 같은 덕질 대상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팬덤이라는 용어도 여기에서 비롯된 단어다.

덕질의 범주는 다양하고, 덕질에 투자하는 경제적, 시간적 비용들이 각각 다 다르지만 같은 대상을 애정한다는데서 오는 사회적 친밀감은 굉장하다. “당신도 누군가의 팬입니까, 저 또한 그러합니다”에서 비롯된 신뢰감과 애정, 그리고 친밀성은 다양한 선물경제를 생산한다.

애정하는 대상을 분석하고, 공연이나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만나서 시간을 보내며 애정의 대상을 공유하는 것은 덕질의 큰 사회적 작용이다. 이는 팬 행위에 있어 애정의 대상과 나만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닌, 이보다 더 큰 사회적 범주와 관계성이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애정의 대상이 중간에 비/자발적으로 사라져버린다(휴덕 혹은 탈덕)고 해도, 팬들끼리의 관계는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사실 누군가/어떤 것을 함께 좋아한다는 것에서 비롯된 친밀감의 생성은 많은 부분 긍정적 감정을 발산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고, 그것을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팬들의 유입을 유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공감해주고 동시에 같은 애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것 또한 팬덤 내부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회적 상호작용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팬덤 내부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친밀성의 층위가 생겨난다.

팬들 사이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위계가 생기는 것도 이러한 연유다. 이 때문에 팬 내부에서 자신의 덕질 대상만큼 권력을 갖게 되는 팬들이 생기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커뮤니티 안에서 팬들은 경쟁, 질투, 원망등과 같은 친밀성의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덕질의 대상’ 밖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내부, 즉 덕질의 대상과는 실질적 상호작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여기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발생하는 가상적 친밀성은 제외하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덕질의 대상’에서 비롯된 즐거움뿐만 아니라, 이 덕질 밖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즐거움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애정’을 함께 느낀 전우애이자, 동시에 실질적인 덕질 대상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공유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존재는 사실, 덕질의 대상이 아니라 덕질을 함께 한 ‘덕친’인 것이다.

많은 범주의 애정이 있지만 같은 것을 좋아하며 즐거워했던 시간을 보낸 덕친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 있다. 특히 팬 활동에 많은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소비했던 팬들이라면 더더욱 이 커뮤니티가 소중하다. 특히 취향 공동체로 만난 인연이 평생의 친구가 되기도 하니, 연말에는 이들과 함께 덕질을 하는 것도 큰 행복 아닐까.

메리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나의 덕친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