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에 MR 헤드셋 출시···LG이노텍 수혜 전망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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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출시하면 아이폰에 전자 부품을 납품하는 LG이노텍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MR 헤드셋에는 10개 이상의 카메라 모듈, 이미지 센서, 비행시간거리측정(ToF) 모듈 등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카메라모듈 공급사인 LG이노텍이 MR 헤드셋에도 부품 공급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애플이 내년 하반기 MR 헤드셋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MR은 현실 세계에서 가상의 정보를 혼합해 메타버스 세계를 구현하는 기술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MR, VR, AR 등의 메타버스는 디지털로 연결되는 세계에서 인터넷, 모바일에 이은 다음 단계로 평가된다.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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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메타버스 세계에 지속적 관심···“폼팩터 변화 필요”

애플이 MR 헤드셋 출시에 나서는 이유는 메타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4억명 이상이고, 네이버의 제페토 가입자도 2억명을 넘어섰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올해 307억 달러(36조2350억원)에서 오는 2024년 2969억 달러(약 350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임복 세컨드브레인 연구소 대표는 “메타버스로 들어가게 되면 폼팩터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제 손을 보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눈앞을 보는 스마트 글래스가 중요하다”며 “스마트 글래스 시장도 플랫폼 전쟁”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구 페이스북)는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연결성을 내세우고 있고, 오큘러스 인수를 통해 VR 기기도 가졌다. 애플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기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 세계의 일종인 AR글래스를 미래 먹거리로 일찌감치 점찍은 바 있다. 그는 2017년에 AR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며 그 시기는 10년 이내라고 전망했다. 쿡은 같은 해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AR 기기 개발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AR은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발언했다. 애플의 스마트 글래스 출시 시기는 2025년쯤으로 점쳐진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기존 기기로 메타버스를 구현하기는 기능이나 접근성 면에서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기능을 포함한 글래스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애플이 내년 하반기에 VR·AR 장비를 만든다는 건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발표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렌즈 형태의 AR 연구 소식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메시지”라고 부연했다.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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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카메라 모듈·센서 공급 가능성 높아

애플이 MR 헤드셋과 AR 글래스 등을 내놓으면 LG이노텍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이노텍은 아이폰 카메라 모듈 공급 등을 통해 애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한다.

내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MR 헤드셋에는 고성능 카메라와 센서 시프트, 10개 이상의 카메라 모듈, 비행시간거리측정(ToF) 모듈 등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과 기기 사이의 괴리감을 최소화하고 가상 스크린의 몰입감을 높이려면 센서와 카메라의 성능이 중요하다. 또 3차원 센서가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부품인 ToF는 메타버스 구현에 핵심적인 기술이다.

이 부품들은 LG이노텍이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나 아이패드에 이미 납품하고 있다. 경쟁사로는 일본의 샤프가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주춤하면서 애플 부품에서 LG이노텍의 비중은 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MR 헤드셋 부품 공급에도 LG이노텍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헤드셋 바깥쪽을 인지하고 가상화면을 인식해 카메라 수요가 더 높은 증강현실 쪽으로 메타버스 방향성을 잡고 있는 것 같다. LG이노텍은 애플 카메라 벤더에서 1순위이기 때문에 공급망에 가장 먼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수익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카메라 모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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