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에 취약계층 부담 증가 우려···“자영업자 다중 채무 위험”
한은, 잘못된 정부 부동산 정책에 침묵 지적···“기재부 지침 어기고 과도한 직원복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는 한은이 위기 사업자의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제도가 시중 은행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단 비판이 나왔다. 한은이 다음달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낸 것에 대해서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단 주문이 이어졌다.

신용 등급이 낮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금중대가 시중은행의 폭리 도구가 됐단 지적이 제기됐다. 금중대는 한은이 0.25%의 저리로 금융기관에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다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게 낮은 이자율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준금리가 0.75%고 금중대 금리가 0.25%면 차이가 0.5%인데 시중은행에서 나가는 이율은 비슷하다”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지금 죽겠다고 하는데, 한은이 이들을 지원하라고 0.25%의 낮은 금리로 빌려줬더니 은행들은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금중대의 평균 금리는 2.5~2.8%로 한은 조달금리에 비해 2%가량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0.25%의 같은 금리로 조달받는 프로그램이라도 은행 간 최대 1.5%가량 금리차가 발생하는 등 은행 유형이나 조건 등에 따라 금리가 천차만별이란 지적이다. 

같은 신용등급의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중대와 시중은행 일반 신용대출의 금리를 비교해보니 일반대출 금리가 더 낮은 사례도 있었단 분석이다. 우 의원은 “금중대 3~4등급 대출과 시중은행 일반 대출과 비교해보면 별차이가 없고 오히려 일반 대출 금리가 금중대 금리보다 더 낮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출자 대부분이 중신용자로 평가받는 4등급대로 위험에 처한 저신용 국민을 지원한단 금중대 제도 취지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단 비판이다. 우 의원은 “금중대 평균 신용등급이 4등급인데 일반대출 평균이 3~4등급으로 별 차이가 없다”며 “어려운 사람은 지원하지 않고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이나 사람들에게 지원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은행 입장에서도 꼭 수익목적으로 금중대를 운영하진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세부적인 데이터를 봤으니 한 번 더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다음달 추가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지금처럼 경기는 개선되고 물가는 오르는 상황에선 통화정책은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며 “다만 경제가 회복된다지만 과정이 워낙 불균형하기에 이런 부분의 문제는 재정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 현재 경제 여건을 봤을 때 금리는 정상화 과정을 밟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과 관련 취약계층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 사태로 계층별, 세대별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을 비롯한 금융 정상화를 진행하면 취약계층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단 것이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그에 따른 금융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면 정상화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더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 해결을 재정 역할로만 넘기는 건 중앙은행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약계층의 생계형 채무 부담 완화 정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과 상환 유예 종료에 따라 누군가는 회복 불능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유예됐던 원리금 저금리 대출 상환이나 장기 분할 상환 상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의 다중채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영업자 다중채무 잔액이 전년 대비 71조원이 늘어 590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중 70%가 다중채무에 속한다”고 말했다. 다중채무 자영업자들이 부실화되기 시작하면 위험의 전이가 매우 우려스럽단 진단이다.  

장 의원은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 기조는 재정지원보단 돈을 빌려주는 금융 지원이었다”며 “돈을 빌려주는게 정책이니 당연히 자영업자 부채는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고 언급, 정부의 재정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취약계층에 대한 어려움은 1차적으론 재정이 하는 게 맞다”며 “재정은 타깃을 정할 수 있고 효과가 금방 나타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취약계층을 도외시 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재는 현재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과 곡물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한 상승이 센 건 맞지만 경기 회복 속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글로벌 국가들의 성장률도 견조하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봤다.  

이날 국감에선 한은이 부여된 독립성을 망각하고 잘못된 정부 부동산 정책에 침묵하고 있단 쓴소리도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은 가장 실패한 최악의 정책인데 한은은 무한신뢰를 보내왔다”며 “그동안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부동산 관련 언급을 할 때마다 이 총재는 쓴소리 한 번 못하고 비슷한 톤으로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한은도 부동산 폭등에 책임이 있고 집값 급등으로 인해 가계부채란 숙제를 돌려받고 있단 지적이다. 

추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야 가계 대출 부채 문제가 관리되는데 한은이 방관하는 사이 정부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되풀이하다 이 지경까지 왔다”며 “집값이 폭등하니 서민들은 대출을 끼고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고 그러는 사이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를 뛰어넘는 1000조원을 넘었다”고 했다. 이어 “갑자기 내집 마련에 높은 벽이 생기면서 청년들은 갑자기 큰 소득을 얻을만한 비트코인, 주식시장 등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 경제에 뇌관을 심어놓는 상황인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당시 정교하게 어떤 정책에 대한 전망했다기 보단 정부의 정책 의지가 워낙 강했기에 부동산 가격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해 그런 발언을 했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 부채가 급증했고, 가계 부채를 잡기 위해선 주택시장 안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획재정부 지침을 어기고 과도한 직원 복리후생 제도를 시행한단 지적도 나았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영유아보육료 또는 양육수당을 기관 예산으로 추가 지급하지 말란 지침, 직원 가족에 대한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을 하지 말란 지침을 모두 무시하고 지원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도 한은은 과도한 사내 복지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이후 한은이 기재부 지침을 어기면서 복지혜택을 주는데 들어간 돈이 약 111억2000만원”이라며 “한은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데 또 별도로 복지를 주면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직원 혜택을 한꺼번에 없애는 건 물리적으로 쉽지 않고 직원 사기에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면서도 “타당한 지적이다. 과도한 부분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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