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동양대 교수 겸 게임인재단 이사

김정태 동양대 교수/사진=이하은 기자
김정태 동양대 교수/사진=이하은 기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이 교육, 의료, 경제, 사회 등 전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별 적립 마케팅을 도입한 스타벅스나 피아노 계단 설치로 계단오르기를 유도한 공공기관도 게임의 대표 요소인 도전·몰입·보상 원리를 적용했다. 미국 아킬리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게임이 ADHD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규제가 산업계 위축으로 이어진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메타버스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는 사실은 게이미피케이션 원리”라며 “게임에 대한 불편한 인식과 규제 적용으로 이들을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으로 분류된 탓에 국내 게임법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전문가들은 로블록스가 전 세계 게임 매출 1위를 돌파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게임머니인 ‘로벅스’를 꼽는다. 그러나 국내에선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하는 것을 금지해 이런 수익 구조가 원천 차단됐다. 

마인크래프트도 국내 게임산업법 규제의 대표 희생사례로 꼽힌다. 국내 셧다운제를 지키기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개발해야하기 때문에 아예 미성년자 이용을 막아 화제가 됐다. 반면, 네이버 ‘제페토’는 이런 규제를 간단하게 피했다.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한 것이다. 

김 교수는 게임 규제에 기인한 게임과 메타버스와의 선긋기를 경계했다. 그는 “게이미피케이션 기술은 발달했지만, 정작 규제 때문에 관련 서비스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서 지난해 5월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 바탕 게임의 특성을 고려해 현재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도록 별도의 등급 분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진전은 없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의를 내린다면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은 게임 외적 영역에 게임의 요소와 원리를 적용해서 사람들(플레이어)을 몰입시키고, 사로잡는 일련의 기술과 활동이다. 즉, 비게임 영역에 게임의 요소를 이용해서 플레이어를 몰입시킨 것을 말한다. 비게임 영역은 장소, 사람, 대상 모두 해당된다. 핵심은 ‘사로잡는 것(engage)’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마케팅, 교육에서 활용된다. 공공분야에도 활용 중이다. 기업의 경우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쓰인다. 직원을 채용하거나 기업 브랜드를 높이거나 특정 상품 브랜드 마케팅에 포괄적으로 사용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와 게이미피케이션과의 관계는

국내에서 이미 15년 전 메타버스 관련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논문에서 메타버스를 ‘사람들이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는 가상의 세계’라고 정의했다. 게임융합 연구자 입장에서 메타버스는 게임화 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메타버스 원조는 대규모다중사용자온라인게임(MMOG; A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game)이라고 본다.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로 거론되는 위카이 초우 옥탈리시스 창업자는 “메타버스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수많은 예시 중 하나”라고 명쾌히 말했다. 

현 시점에서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메타버스의 성공사례로 제시되는 대부분이 게임이다. 로블록스, 세컨라이프,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게임 서비스로 시작했다. 제페토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포장됐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옷 갈아입히기 형식의 게임으로 볼 수 있다.

게임학부 1학년 학생 70여 명을 대상으로 메타버스와 게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메타버스와 게임을 동일시하거나 메타버스를 게임의 한 장르로 인식한 학생은 68.7%에 달했다. 또 메타버스에 게임이 포함된다는 응답은 17.24%였다. 즉, 86.21%가 메타버스가 게임 자체거나 관련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반면, 메타버스와 게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답변은 6.9%였으며,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응답은 6.9%에 그쳤다.  

지난 7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외국은 메타버스란 용어를 한국처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기업의 신기술에 쓰이는 개념 설명 시 ‘게임’ ‘게임화’ ‘실감미디어’ 등과 함께 동반되는 버즈워드(buzz word) 정도다. 게임과 메타버스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다르다. 국회입법조사처까지 나서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고 벽을 쌓았다. 게임에 대한 몰이해로 볼 수밖에 없다. 굳이 구분하자면 메타버스를 게임 융합기술의 예시로 보는 게 맞다.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일각에서 게임과 메타버스를 구분 짓는데 이는 국내 게임에 대한 공포에 기인한다. 게임으로 보는 순간 게임산업법의 규제를 받는다. 게임의 굴레를 벗기만 하면 자유도가 훨씬 높아진다. 

‘게임은 안 되고, 메타버스는 된다’는 인식은 곤란하다. 게임의 순기능을 메타버스가 가져가면 게임에는 폭력, 중독성, 사행성 등의 프레임만 남는다. 살은 메타버스가 가져가고 가시는 게임이 가져가는 꼴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낙인이 찍히는 순간 제2의 게임 디톡스사업, 제2의 셧다운제가 거론될 수 있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우리나라 게임화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법제도가 받쳐주지 못한다. 메타버스와 맞닿아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게임은 국내 서비스가 금지돼 있다. 게임융합산업법을 발의하거나 게임산업법 안에 규제샌드박스 조항을 넣어야한다. 현재 게임산업법 21조에 따르면 교육과 같은 공익적 용도로 제작되는 기능성 게임은 제재대상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이 적용된 게임도 규제를 유예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면 될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 게이미피케이션 지원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근본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석박사급의 게임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 기술부터 게임의 원리, 인문학 연구를 할 인력을 중장기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자체 엔진기술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현재 메타버스에 활용되는 게임 엔진으로 유니티와 언리얼엔진이 대표적으로 활용된다. 이들은 해외기업이다. 펄어비스처럼 자체엔진 개발을 하는 곳에 예산을 투입해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한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 사업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자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업을 재탕만 할 게 아니라 그간의 성과를 면밀히 따져 실효성 있는 사업을 내놓아야 한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삼성전자에서 멀티미디어 프로듀서로 재직하며 300여개 프로젝트의 게임·멀티미디어 타이틀 개발과 제작, 라이선싱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게임 개발사, 지스타국제게임전시회 사무국, E-City 마스터플래닝, 미국 현지 게임 회사 등의 조직 세팅과 운영을 해왔으며 게이미피케이션포럼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게임인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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