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플랫폼 기업들 증인 채택 열풍···플랫폼 기업의 재계 주류 부상 보여주는 방증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이(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으로부터 증인선서문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이(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으로부터 증인선서문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국회가 국정감사 시즌에 본격 돌입함에 따라 올해도 많은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과거엔 정치인들의 증인 신청이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 총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올해는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인 위주로 증인을 부르려는 모습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재계 주류로 올라섰음을 방증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6일 정치권 및 재계에 따르면 국감에서 어느 기업인들을 부르려는 이유는 결국 두 가지다. 해당 기업 및 기업인이 사회 이목을 끄는 주요 이슈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의원 입장에선 해당 이슈와 관련해 질의를 하는 것만으로 이슈의 중심에 들어갈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언론 등 매스컴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다. 이는 결국 앞서 첫 번째 이유와 연결된다. ‘기업이나 재벌은 서민의 적’이라는 구도가 있다는 가정 하에 총수를 앉혀놓고 호통을 치면 서민들의 관심과 인기를 끌어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특히 이름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의원실에서 적극적으로 부르려 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선 ‘기업인이나 재벌은 서민의 적’이라는 인식 자체가 크게 사라져서 기업인에게 호통을 치는 행위 자체가 의원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요즘 대중의 인식은 과거처럼 ‘재벌, 가진 자’에 대한 증오보다 ‘원칙에서 어긋난 행위를 한 자’에 대한 분노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이런 점을 종합하면 특정 기업이나 기업인이 국감 증인으로 많이 채택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슈 중심에 설만한 사회적 위치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플랫폼 기업이 재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해 국감을 보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비롯해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강한승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 플랫폼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한 움직임이 치열했다. 이 중 일부는 출석하고 일부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기업들 이슈가 의원들의 공략대상이 된 것은 사실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국감 증인 채택 움직임은 주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혹은 국민생활과 맞닿아 있는 유통기업 총수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도 물망에 오른 바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과거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참석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까지 당하기도 했다.

물론 최근에도 대기업 관련 증인 신청이 이뤄지고 있고 플랫폼 기업 증인 신청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특히 올해는 대기업보다 플랫폼보다 국감 중심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한 스타트업 인사는 “우리가 익숙한 재벌 총수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을 정치권이 많이 부르려 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론 그만큼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하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기업 관련 이슈들을 보면 카카오 확장 논란, 쿠팡 아이템 위너 논란 등 대부분 플랫폼과 연관돼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기존 대기업들은 이미 기존 대기업 규제 및 수사 등으로 수 차례 홍역을 치르며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이제 대기업들도 웬만하면 과거 악습들을 반복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또 기존 대기업들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라 코로나 시대에 기업 발목잡기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한 10대 그룹 인사는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대기업이 된 이후에도 기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풀어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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