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개 저축은행 중 웰컴저축은행만 본인가 획득···은행권·카드사는 대부분 참여
중·저신용자 위주의 고객군·계열사 부재 등 약점···타 업권과 정보격차 불가피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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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융업계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 업계만이 유독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과 전업 카드사들이 모두 본인가를 획득한 타 업권과는 달리 저축은행은 단 한 곳만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주요 저축은행들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자 금융당국 역시 정책 결정에서 저축은행업계를 후순위에 두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될 경우 향후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동양저축은행은 지방저축은행 최초로 마이데이터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동양저축은행은 이번 마이데이터 사업 신청을 통해 중저신용자를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만약 동양저축은행이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통과하게될 경우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저축은행은 두 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까지 79개 저축은행 중 마이데이터 사업 본인가를 획득한 저축은행은 업계 4위권인 ‘웰컴저축은행’뿐이다. 업계 1~3위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는 앞다퉈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타 금융권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은행권의 경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을 포함해 총 8개의 은행이 본인가를 완료했으며 대구은행, 기업은행 등이 예비인가를 획득한 상황이다.

저축은행과 같은 제2 금융권인 카드업계 역시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가 모두 본인가 또는 예비인가 획득을 완료했으며 보험업계에서도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저축은행들이 마이데이터에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수익 창출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하고 해당 정보를 자산관리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로 사업 자체보다는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수익이 창출된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의 영업이 대출로만 제한되기 때문에 특별히 정보를 활용할 분야가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그룹 내 타 계열사들과의 연계가 가능한 은행, 카드사, 보험사들과는 달리 협업할 계열사가 없다는 점 역시 부정적 요인 중 하나다. 또한 고객들 대부분이 1금융권인 은행권을 거쳐서 오기 때문에 데이터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업권 특성상 고객의 상당 수가 중·저신용자에 해당한다”며 “대출 외 다른 금융서비스를 연계해 판매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관련 데이터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스템 구축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돼 다들 지켜만 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마이데이터 사업의 전체적인 방향을 논의하는 ‘금융 마이데이터 전문가 자문회의’에 저축은행중앙회를 초대하지 않는 등 정책 결정에서 저축은행을 배제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당시 회의에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여신전문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 등 타 유관기관은 모두 참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축은행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이 아닌 플랫폼 경쟁에서조차 밀려버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도 다른 핀테크나 은행권에 비해 플랫폼 경쟁력이 뒤처지는 상황에서 정보격차까지 발생하면 결국 타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는 지금 당장의 수익 사업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웰컴저축은행의 진행 상황 등을 보고 대형 저축은행들이 결국 후발 주자로 참여하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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