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확보·글로벌 진출 등 인력 확보 절실
비대면 확산으로 시장은 커지는데 개발자 부족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시사저널e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 사진 = 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국내 IT업계가 신입과 경력을 가리지 않고 인재 유치 경쟁에 나섰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세 자릿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가운데 넥슨, 크래프톤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의 채용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공채가 없었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도 공채를 통해 인재 영입에 나섰다.

카카오는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 개발자를 채용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번 공개채용은 카카오를 포함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커머스, 카카오페이 등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대규모 채용 

네이버도 역대 최대 규모의 채용에 나서면서 인재 유치전이 치열하다. 앞서 네이버는 올해 개발자 9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전체 직원(4000여 명)의 22%를 개발자로 충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신입공채를 연 2회로 확대하고, 지난 4월 상반기 신입을 뽑았다. 이어 오는 9월 하반기 신입공채를 실시한다.

채용 방식은 온라인 코딩 테스트와 인성검사, 1·2차 면접으로 실무능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또 수시로 뽑았던 경력 개발자도 ‘월간 영입’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채용한다. 

게임 기업들도 채용 경쟁에 나섰다. 특히 상반기에 공채가 없었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하반기 채용에 뛰어들면서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최근 상장한 크래프톤은 올해 7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의 전체 직원 수는 1300여 명으로 신규 채용 규모가 무려 과반에 달한다. 크래프톤은 개발자 초봉 6000만원, 재직 개발자 연봉 2000만원 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연봉인상 신호탄을 쐈던 넥슨은 내년까지 1000명 이상을 신규로 채용한다. 올해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원 인상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인건비는 1440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상승했다.

그럼에도 넥슨이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슈퍼IP 발굴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난 5일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프로젝트 매그넘’, ‘마비노기 모바일’, ‘프로젝트 HP’ 등 12종의 신작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별로 신입·경력직을 수시 채용한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슈퍼IP 콘텐츠화를 위해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는 적게는 200명, 많게는 수천명까지 파격적으로 개발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9~10월 하반기 공채를 해왔던 엔씨소프트는 올해 두 자릿수 규모를 채용한다. 엔씨소프트 역시 인재 유치를 위해 개발자 연봉 1300만원을 올리면서 올해 상반기 게임사 중 가장 많은 인건비(4184억원)를 지출했다. ‘리니지2M’ 북미·유럽 진출, ‘리니지W’ 글로벌 출시 등 해외사업을 확대하면서 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장욱 엔씨 IR 실장은 지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인건비 두 자릿수 증가는 확실하다”면서도 “매출 상승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마블은 채용규모가 잡히지 않았지만, 대규모로 채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매년 개발인력이 증가하는 수준으로 (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인건비는 개발 스튜디오에서 개발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기 때문에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마일게이트도 올해 500명 이상을 신규채용한다고 밝히고 지난 5월 경력을 뽑았다. 현재 160개 분야에서 상시채용으로 신입·경력을 모집하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접수하며 서류와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을 걸쳐 선발한다. 

◇ 개발자 수요와 공급 불균형…출혈 경쟁 불가피

기업들이 인재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개발자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콕 문화(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IT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시장조사 업체 KRG는 국내 IT시장 규모가 지난해 22조7300억원에서 올해 23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7.4% 커진 18조원,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는 8% 증가한 262조603억원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시장이 성장하는 반면에 개발자 공급은 부족해 채용 경쟁이 불붙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전문교육이 현장 추세를 따라가지 못해 경쟁사의 인재를 뺏거나 뺏기지 않기 위해 연봉을 인상하고 대규모 채용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토스, 쿠팡, 직방 등 IT 관련 산업이 아니었던 금융·커머스 산업 등에서도 개발자가 필요해지면서 인재 확보 경쟁이 과열됐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인력풀이 한정되다 보니 한 기업이 연봉을 올리면 다른 기업들도  자의든 타의든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며 “연봉인상에 역대급 채용까지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게임사는 특히 인재가 중요해 앞으로도 개발자 유치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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