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및 대형 프렌차이즈 대비 정보력·대응력 낮아 피해 더 컸다
휴지조각 된 포인트 ‘휴지통’으로 전락···금감원·금융사 책임론도 부상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모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모인 머지포인트 본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이번에도 소상공인이다. 기습적인 포인트 판매 중단과 사용처 축소로 대대적인 환불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로 인해 영세사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신음해 온 소상공인 고충이 심화될 조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 사태는 지난 11일 본격화됐다. 운영사 측이 갑작스레 가맹점을 음식점으로 한정짓고 이용률이 높았던 편의점·대형마트 등의 결재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이와 더불어 사용하지 않는 포인트(머지머니)에 대해서는 90%만 환불해준다고 통보였다. ‘20% 할인상품권’으로 인기를 얻던 머지포인트가 일순간 휴지조각이 됐다.

이용자뿐 아니라 머지포인트로 결재를 받고 정산을 치르지 않은 가맹점 입장에선 피해가 예상됐다. 그럼에도 대기업 식·음료브랜드와 대형 프랜차이즈 피해는 제한적이다. 피해를 빗겨갈 수 있었던 것은 정보력 때문이다. 머지포인트 측의 불안전성을 감지한 일부 브랜드들은 운영사 공지 이전에 결재를 중단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결재를 지속한 업체의 금전적 손실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 대형 브랜드·프랜차이즈 등이 머지포인트 이용사와 직접거래가 아닌 발권대행사를 통해 거래하고 담보설정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2·3중 안전장치로 인해 머지포인트 사태에 따른 금전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해당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소상공인의 사정은 다르다. 대부분 머지포인트 측과 직접 거래했다. 또한 운영사의 편의점·대형마트 결재중단 공지도 상당히 소극적으로 이뤄진 탓에 머지포인트에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한 것은 사태발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영세사업자들은 90%만 환불해준다는 머지포인트 측의 공지를 접한 이용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창구로 전락했다.

이용자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머지포인트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했다. 이후 이들 사이에서 아직 머지포인트 결재가 가능한 매장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정보력이 늦고 머지포인트 운영사와 직거래를 이어 온 영세업자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먹기 힘든 양의 음식을 주문하는 등 무리하게 포인트를 소비하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인증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피해업주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가운데 갑작스런 연속주문으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다”면서 “계속된 주문의 결재요청이 하루 1~2건이 전부였던 머지포인트여서 이상함을 느끼게 됐을 땐 이미 늦었다”고 토로했다. 업주들은 이용자들에 분노하고 이용자들은 결국 먹지도 못할 음식을 잔뜩 주문하고 포인트를 소진해 안도해야 하는 비(非)이성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머지포인트 측의 부족한 책임감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폰지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폰지사기란 사실상 이윤이 창출되지 않으면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을 모으는 방법의 다단계 금융사기수법이다.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신규 투자자 투자금으로 메우다가 이른바 ‘먹튀’를 단행하는 방법이다. 폰지사기의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가 마지막에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대규모 자금을 유입하는 것이다.

머지포인트 운영사도 유사한 길을 걸었다. 지난달 4주년 행사를 명목으로 추가포인트를 지급한 바 있어 의혹의 눈초리가 커졌다.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는 조선일보·세계일보 등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상화 계획이 있다. 기다려달라”고 거듭 밝혔으나, 피해가 확산될 조짐이고 단체소송 등의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돼 자금유치는 물론, 자금유치에 성공하더라도 정상화까지 험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금융감독원·금융권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사업 규모에 비해 당국의 감시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당국이 피해를 키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머지플러스 연간권을 판매한 하나카드, 머지포인트 이용에 혜택을 제공하는 상업자 표시카드(PLCC) KB국민카드 등이 거론된다. 방대한 회원규모에만 주목했을 뿐 검증에는 소홀해 머지포인트 대외신임도에 힘을 더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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