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 머지플러스, ‘전자금융업’ 미등록···행정절차 처리 전까지 사용 제한 불가피
연간권 프로모션 금융사 책임론 제기···“단순 판매·구매 관계일뿐” 해명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니플러스는 지난 11일 공지를 통해 머지포인트의 사용처를 일시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사진=머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화면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공지를 통해 머지포인트의 사용처를 일시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사진=머지플러스 홈페이지 캡처화면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인기 쇼핑 할인·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먹튀 논란이 금융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관련 마케팅을 진행했던 금융사들에게까지 그 여파가 번지는 모양새다. 머지포인트의 갑작스런 서비스 축소로 인해 금전 피해를 입게되자 일부 고객들은 운영사 ‘머지플러스’뿐만 아니라 하나금융그룹, 토스, 페이코 등 금융사들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 관계가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금융사들이 머지플러스 운영 방식 등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았단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은 단순 상품(포인트) 거래 관계에서 타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저녁 머지플러스는 공지를 통해 운영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사용처를 일시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머지포인트는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브랜드(가맹점 약 6만개)에서 20%에 달하는 할인을 제공하면서 금융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일종의 상품권인 머지포인트를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한 후 각 제휴점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의 주요 내용은 머지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업점’으로 제한한 것이다. 머지플러스 측은 그동안 머지플러스가 제공했던 머지포인트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에 해당한다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머지플러스는 머지포인트 서비스를 ‘상품권 발행업’으로 판단하고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품권 발행업은 원칙상 여러 업종에 대한 결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이용을 한 분야로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됐다. 머지플러스 관계자는 “전자금융업 등록 절차를 서둘러 행정절차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고 4분기 내에 더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머지플러스는 머지포인트 환불을 희망하는 고객에게 순차적으로 90%의 환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그 처리 기간에 대한 안내가 불분명하고 애플리케이션(앱) 접속 장애가 지속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음식업점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도 그 사용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이미 고액의 포인트를 충전한 고객들 사이에서는 ‘먹튀’(먹고 튀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 빠지는 일)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머지플러스와 제휴 이벤트를 진행했던 금융사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하나금융그룹, 토스, 페이코 등 금융사들이 머지플러스와 함께 진행했던 프로모션이 포인트 충전, 연간권 구매 등 결정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하나멤버스는 머지플러스의 제휴를 통해 ‘머지플러스 연간권 제휴 판매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머지포인트 앱에서 연간권을 18만원에 일시 구매하면 1차로 5만 하나머니를 지급하고 추가로 매월 말일에 1만5000원 하나머니씩 12개월 동안 지급하는 이벤트다. 페이코와 토스 역시 각각 지난 5월과 6월 유사한 방식의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한 피해자는 “각종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사용 가능했던 포인트가 사실상 쓸모 없게 됐다”며 “지금은 20여개의 음식점 브랜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운영사에 대한 조사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고 정확한 검증 없이 제휴 이벤트를 진행한 금융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지포인트 ‘먹튀’ 논란 관련 페이코 입장문 일부/자료=페이코
머지포인트 ‘먹튀’ 논란 관련 페이코 입장문 일부/자료=페이코

하나금융과 토스 등 금융사들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머지플러스 측에서 하나머니, 토스 포인트 등 포인트 구매를 요청해서 응했을뿐 실질적인 제휴 관계는 아니란 입장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자체 포인트를 구매하고 판매한 관계일뿐 제휴사로 구분하기도 애매하다”며 “대리점에서 삼성전자 TV를 사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삼성전자가 어떻게 책임지냐”고 해명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우리 브랜드를 보고 구매를 한 고객 분들에게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거래 회사의 운영을 감사할 책임도,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페이코의 경우 12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머지플러스 연간 구독권 구매 고객에게 지급하는 리워드 캐시백은 머지플러스의 프로모션이며 머지플러스에서 직접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페이코는 상품권 공급자 중 하나”라며 “리워드 지속, 지급 관련 자세한 사항은 머지플러스 측으로 문의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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