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3대 신사업 10조 투자···배터리소재에 6조 투자키로
배터리분사 고심하는 SK이노 ‘자금확보→재투자’ 반복···계열사 소재사업도 강화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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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배터리 영업기밀 침해를 둘러싼 법정공방을 매듭지은 LG와 SK가 또 다른 경쟁을 준비 중이다.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배터리 영역에서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하려는 두 회사가 배터리 소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배터리사업을 확장함에 있어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LG화학이 지난해 12월 배터리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한 것처럼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자회사 신설이 유력시된다. LG화학이 배터리 소재사업의 중심으로 떠오를 전망인 가운데, SK에서는 복수의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소재공급망을 확충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완제품 사업을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각각 24.%, 5.2%다. LG는 2위에 SK는 6위에 랭크됐다. LG는 CATL을 넘어 세계 1위를 목표로 삼고 있다. SK는 ‘빅3’ 진입이 목표다. LG·CATL과 더불어 한 때 ‘빅3’로 분류되던 파나소닉의 빈 자리를 채우겠단 심산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단기간 내 점유율을 대폭 끌어 올렸다. 상당한 격차를 보였던 삼성SDI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르면 하반기 역전이 기대된다는 평이다. 선제적으로 투자한 글로벌 주요 거점의 생산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SK의 점유율 확대도 보다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고른 관측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전기차 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배터리사업에 대한 전망도 맑다. ‘제2의 반도체’란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다. 완성차업계에서는 배터리 수급난을 우려하고 있다. 2025년을 전후로 완성차업계 배터리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완성차 수급난의 원인이 된 반도체 품귀난보다 심각한 생산차질까지 예견된다.

배터리 생산증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배터리 소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치킨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 배터리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완성차업계가 안정적인 수급과 공급사들의 가격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배터리 내재화에 도전했던 것처럼 배터리업계도 안정적인 소재 확보와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실익증대를 기대하며 소재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등이다. LG화학은 양극재·분리막 사업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배터리 소재사업을 3대 신성장 분야로 점찍고 신규 투자금액 10조원 중 6조원을 이에 투자할 계획이라 밝혔다. 지난 29일에는 LG전자의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 산하 화학·전자재료 사업부문을 5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이행의 의지를 앞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리막 사업을 담당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분사시킨 데 이어 SKITE 상장으로 구주매출 1조30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확보된 자금은 배터리 및 소재사업에 재투자 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SK머티리얼즈가 미국 실리콘음극재 벤처기업 ‘그룹14 테크놀로지’ 지분투자를 감행했으며, SK넥실리스는 음극재 코팅에 사용되는 전지박 생산에 나서는 등 배터리 유관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와 SK는 외부와의 협업을 통한 소재망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스코케미칼과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나섰으며,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과 양극재 장기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에코프로비엠과 양극재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고 한솔케미칼과 음극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라 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에는 LG·SK가 보다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는 완제품 판매 감소 시 계열사 전체가 동반부진에 노출될 수 있는 단점을 지닌 사업체계다”면서 “배터리의 경우 수요가 급증하는 단계고 양산과 공급능력이 사업의 지표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분야기 때문에 현재로선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차업계가 배터리 내재화에 도전하면서 계열사를 활용하고 동시에 복수의 배터리 회사들과 협력 및 JV설립 등을 추진하는 것과 같이 배터리업계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면서 “공급망 확보 측면도 주목했겠지만, 전기차·배터리 산업부흥으로 발생될 수익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격화되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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