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회복기 맞물려 선박주문 급증···중국·일본 대신 韓선호 경향
수주목표比 현대重 72% 삼성重 65% 달성···대우조선 홀로 30% 중반
합병심사 등에 따른 불확실성 원인 지목···“인재유출 후유증” 해석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연일 수주낭보를 전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 내에서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에 비해 대우조선해양이 비교적 저조한 수주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처한 현실과 과거부터 축적된 부정적 영향이 상쇄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수주시장이 금년을 기점으로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침체된 선박발주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이 같이 예상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 된 작년 상반기의 수주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됐던 게 사실이다.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띠기 시작한 선박시장은 연말을 앞두고 주문이 빗발쳤다. 올 상반기에도 유사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모리셔스 해안가에서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키고, 최근 수에즈운하 선박좌초의 책임이 있는 일본과 기술적 한계를 보이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가 아닌 한국을 향한 러브콜이 많다는 전언이다.

러브콜 상당수는 현대중공업에 집중됐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금년도 수주목표액은 149억달러다. 현재까지 108억달러를 수주하며 72%의 목표달성을 일궜다. 91억달러 수주를 목표로 한 삼성중공업도 59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하며 달성률 65%를 나타냈다. 반면 ‘조선 빅3’ 중 가장 낮은 목표액(77억달러)을 설정한 대우조선해양은 27억달러로 목표 달성률이 35%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선박시장은 하반기에 발주가 집중된다. 5월까지 35%를 달성했다는 수치만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부진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작년부터 금년까지는 사정이 특수하다. 코로나19로 급속도로 침체된 선박발주시장이 연말을 전후로 급속도로 팽창했고, 도크 확보를 위해 발주량이 급증했다. 자국 발주비율이 높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선사들이 한국에 선박건조를 맡기는 상황에서 유독 대우조선해양만이 낮은 실적을 보인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원인으로 꼽았다. 첫 번째는 매각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한다”면서 “지난해 상반기 발주량이 급감한 것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동량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선주들이 계획된 발주를 미루면서 빚어진 일이며 물동량이 회복하면서 미뤘던 발주도 쏟아지게 됐던 셈인데, 선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불확실성 기피가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상대적으로 경쟁사보다 적은 수주물량을 확보하게 된 까닭 역시 현재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결합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잔존한 불확실성이 원인이라는 의미였다. 대우조선해양을 기피한다기보다 국내 조선사들 중 불확실성이 낮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선호한다고 해석하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과정에서 축적된 부정적 이미지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유출된 것이 현재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전직 대우조선해양 고위관계자는 “이 역시 불확실성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을 향한 선주들의 신뢰가 저하됐던 게 사실”이라면서 “당시의 인식이 현재로 이어지면서 자연히 선박 건조를 경쟁사들에 맡기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저성과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이 과정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 경쟁사로 이직하는 흐름도 나타나기 마련이다”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 조선업계의 대외변수가 많기 때문에 수주영업 중요도가 매우 큰데, 유능한 인재들이 유출이 불황기보다 호황기에 더욱 도드라지게 표시난 것이다”고 덧붙였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경쟁사들에 비해 낮은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대우조선해양 하반기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순서의 문제일 뿐 수주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박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규물량이 대우조선해양에 맡겨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고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도크를 채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앞서 맡은 선박의 건조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렸다 선박이 건조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에 주문해 조속히 인도받으려는 선주들의 움직임이 하반기에 성과로 드러날 것이다”면서 “컨테이너·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선종이 유사하기 때문에, 늘어난 발주량의 실익도 국내 조선사들이 나눠 가지게 될 것이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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