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능력 보유 조선사 극소수 불과···현대重·삼성重·대우조선 3사 단연 독보적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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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더뎌지는 양상이다. 6개 기업결합 심사국 중 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 등의 승인은 얻어냈지만, 유럽연합(EU)과 한국·일본 등 3국의 공정당국의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다.

EU의 심사는 이번 합병의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반독점적 시장점유를 유독 경계하는 EU 공정당국은 올 초 세계 크루즈선 1·2위의 합병으로 주목받았던 이탈리아 핀칸티에리(Fincantieri)의 프랑스 아틀란티크조선소(Chantiers de l' Atlantique) 인수를 최종 불허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은 LNG운반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을 경우 글로벌 LNG선 점유율이 60% 이상으로 확대된다. EU도 이 분야의 독과점 해소를 요구 중이다. LNG선 발주 선사들 중 상당수가 유럽에 집중된 까닭에 이 문제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해소할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LNG선 건조능력을 갖춘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지난해 120척 규모의 LNG선 건조협약을 복수의 조선사들과 체결했다. 수주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선박이 건조될 도크를 확보하는 단계로, 사실상 발주예고 성격의 협약이다. 직전년도 글로벌 LNG선 전체 발주량이 51척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임을 확인할 수 있다.

카타르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하기 위한 증설작업을 진행 중이다. 증산 완료시점에 맞춰 도입할 LNG선을 주문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한 셈이었다. 협약을 체결한 조선사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사와 중국의 후동중화조선 등 단 네 곳에 불과했다.

신동원 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카타르가 요구하는 LNG선을 제작할 수 있는 조선소가 네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후동중화조선에 배분된 선박은 16척이다. 잔여 LNG선 의뢰는 국내 3사에 집중됐다. 국내 3사 각각이 후동중화조선보다 두 배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이 같은 물량차이는 “국내 3사와 후동중화조선 간 기술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고 신 전 교수는 부연했다. 업계에서도 “카타르 정부가 세계 최대 LNG 소비국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면서 16척을 배분한 배경에 정치·외교·경제적 이해관계가 개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LNG선 분야에서의 국내 3사의 영향력을 절대적이다. 2019년 발주된 LNG선 51척 중 48척은 국내 3사가 수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선박주문이 침체된 지난해와, 미뤄진 발주가 급증한 최근에도 유사한 양상이었다. 발주량의 양과 관계없이 LNG선 주문에 있어선 국내 3사를 찾는 경향이 도드라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LNG선 분야에서 국내 조선사들과 해외 경쟁사들 간 경쟁이 불가하기 때문에, 국내 거대 조선사들의 합병에 따른 LNG선 독점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면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 특정 사업부 매각을 통해 독과점 난관을 타개할 수 있지만, 조선업계 특성 상 특정 선종 건조부문만을 매각하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더구나 LNG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던 국내 조선사들이 반등을 위해 역점을 두는 분야다”면서 “6개 심사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양사의 합병이 가능한 만큼, EU에 LNG선과 관련된 이 같은 상황적 특수성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기업결합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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