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심사국 모두 승인결정 해야 합병성사···카자흐·중국·싱가포르 ‘승인’
공정위 내달 심사 마무리 지어···EU와 일본도 하반기 최종판결 내릴 듯
6개국 승인 얻어도 난관은 산재···현대重·대우조선 노조 거센반발 여전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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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합병여부가 하반기 판가름 난다. 내달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심사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단 한 곳이라도 ‘부적격’ 판정을 내릴 경우 잔여국의 결과와 관계없이 합병은 무산된다. 합병 최대 분수령을 맞이하게 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달까지 양사의 합병심사를 마무리하고 통보할 계획이다. 해당 계획을 대우조선해양과 인수주체인 한국조선해양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알려진다. 다만, 삼성중공업과 더불어 국내 조선산업 ‘빅3’ 중 두 기업의 결합인 만큼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나올 것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공정위를 시작으로 잔여심사국 판결도 속속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관건은 EU의 평가다. 당초 작년 초 심사결과가 나올 것이라 점쳐지기도 했으나 심층심사에 돌입하고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심의연기가 반복되면서 최종판결이 늦춰졌다. 올 1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3월 말 결론날 것이라 예견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이르면 내달, 늦어도 7월에는 EU의 심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그 해 7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신청이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공정위만 하더라도 최종 판단에 이르기까지 2년여가 소요됐다. 이번 심사는 우리정부를 포함해 총 6개국이 맡았다. 앞서 카자흐스탄과 중국이 ‘무조건 승인’ 결정을 내렸으며, 싱가포르 당국은 심층심사 끝에 승인 결정을 내렸다.

잔여심사국은 한국과 EU 그리고 일본이다. 일본의 판결은 가장 늦게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두 회사의 합병에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8년 11월 우리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작년 2월에는 한국과의 양자협의를 개시했는데 이 때 두 회사의 합병건을 협의안건에 포함시켰다.

양자협의란 WTO 제소 후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다. 제소 후 1년 넘게 아무런 움직임을 내비치지 않았던 일본은 두 회사의 빅딜이 추진되자 돌연 양자협의를 요청했고, 심지어 최초 제조 때 문제 삼을 수조차 없었던 이번 합병안건을 협의 사항에 포함시켰다. 당시 업계에는 “글로벌 조선강국 지위를 한국에 내준 일본이 합병 반대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심사결과는 가장 늦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우리 조선업체의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LNG선의 화주가 유럽에 집중돼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에 가해질 불이익을 판단하느라 EU의 장고는 십분 이해가 되지만, 우리와 주력 선종이 다를뿐 아니라 한국과의 선박거래가 미미한 일본이 이토록 오래 시간을 끄는 것은 손대지 않고 코풀고자 하는 심리가 십분 반영됐기 때문이다”고 추정했다.

결합심사 특성 상 단 한곳이라도 반대 결정을 낼 경우 합병이 무산된다는 점을 일본이 노리고 고의로 심사를 늦췄다는 의미였다. 특히 EU의 반대를 예상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데, EU 역시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할 것이란 게 당국 및 양사의 공통된 견해다. LNG선 등 일부 선종과 관련해 과독점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선종의 건조기술이 국내 3사가 독보적인 탓에 ‘조건부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른 심사국의 결과는 심사 중인 주요국 공정당국의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면서 “EU가 조건부 승인 판정을 내리게 될 경우 마지막 남은 심사국인 일본의 경우 반대할 명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EU와 마찬가지로 승인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EU·일본 등으로부터 모두 승인결정을 이끌어낼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마무리된다. 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가 31% 투자한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산하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사업회사가 자리하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잡음은 상당할 전망이다. 노조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31일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존 현대중공업(舊)을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과 분할·신설법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기 위한 임시주총을 실시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및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주총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나섰지만, 회사 측은 긴급 주총장 변경 카드를 꺼내며 가까스로 분할을 실시했다. 이후 노사는 2년째 반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이긴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과 연대해 이번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또한 노조는 지난 2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소재한 경남 거제시민을 대상으로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인구 24만 명 중 11만 명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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