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관련 법안 국회 논의 과정 예의 주시···“투기 근절 정책 마련에 도움”
LH 사태 재발 방지 한계 지적도···“부동산 거래 취득 사전 허가제가 바람직”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땅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불법 투기 감독 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차명 거래 등 날로 지능화되는 투기 행태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과도한 국민 감시가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LH 사태 컨트롤 타워인 기획재정부는 그간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내부 기류가 바뀌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LH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이 하루빨리 설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이 진행되는 상황을 주의 깊게 보면서 추가 되는 내용을 국토교통부와 함께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부동산 거래신고를 받은 사항 중 부동산 관련 법령위반사항에 대한 분석과 신고 내용의 조사, 정책 관련 정보의 관리 분석, 부동산 범죄 관련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등장했다. 지난해 11월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거래분석원의 법적 근거를 담은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됐다. 

법안 내용을 보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부동산 거래신고에 따른 신고내용 조사를 위해 사업자등록 정보, 과세정보 등의 제공을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금융거래정보 및 신용정보의 제공을 금융회사 등의 장에게 각각 필요한 최소한도로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법안은 그간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LH 사태가 터진 이후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당정에서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 의원은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부동산인데 거래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부동산 범죄행위들이 발생해도 형사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처벌되지 않은 것도 많아 이런 것들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를 단속, 예방할 상시적인 시장 감시기구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진 의원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행위를 예방, 단속하기 위해 공직자 윤리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며 “부동산 투기가 공직자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치돼 이상거래를 일상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거래되는 부동산거래가 약 160만건, 이중 매매거래가 100만건 정도 인데 부동산 합동조사, 일제조사를 하면 거래건수 중 약 2~3%가 투기 등 이상 거래로 나오는 상황이다. 진 의원은 “그동안은 이런 의심거래를 상시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조직이 없다보니 사건이 하나 터지면 일제조사, 합동조사 식으로 임의 시점에 조사를 하고 끝내는 식이었는데 부동산 투기는 상시적으로 감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동안 주택 계약이나 전월세 계약이 이뤄지더라도 정부가 파악을 촘촘하게 하질 못 해 투기 근절 정책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생기면 차명 거래나 수상한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며 “공직자 외에 사회에서 발생하는 투기 행위들을 규제하는 다양한 정보나 시스템을 갖추게 돼 다운계약서 등 부동산 법규 위반 행위도 1차적으로 모니터링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공직자 투기 단속은 분석원이 관련 자료나 흐름을 1차적으로 분석한 뒤 각 부처, 부서에 이첩하는 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주택이나 주거 관련 정책이나 계획을 세우는 부서가 자체 감시 시스템을 통해 분석원에서 넘겨온 자료를 살펴보고 위법 내용이 있으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기초적인 자료 분석을 해야지 공직자 투기 행위를 근절하는 역할까지 맡으면 너무 권한이 커진다”며 “실제 문제를 찾아내고 처벌하는 것은 각 부처나 감사원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 거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국민들의 부동산 거래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거래 위축과 시장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거래를 분석해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 근거자료로 활용해야 하는데 감시적인 측면을 강화해 거래위축을 가져오면 안 된다는 조언이다.

서 교수는 “LH나 국토부 등 특정 고급정보를 독점한 공직자들은 부동산 거래 취득 사전 허가제를 도입해 막아야지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거래정보를 분석해 부동산 정책을 수립해 시장에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직자 투기행위를 막으려고 국민 모두의 거래실태까지 파악하겠다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LH 사태 진상규명이나 재발 방지 방안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찰이나 감사원 수사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투기에 접근하려면 돈이 되는 땅을 조사하는 게 우선이고 조사 후 의혹이 나온 땅에 대한 거래내역과 소유주의 자금 출처를 살펴보는 게 발본색원의 지름길”이라며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나 감사원의 수사가 선행돼야 LH 사태와 같은 투기를 뿌리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거래정보원은 설립 목적이 투기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지금 이 상황은 LH와 국토부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익을 위해 가져가야 할 개발정보를 공직자가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공공주도 국가 주도의 공공재개발을 만능의 선으로 간주하고 민간 부분은 죄악시했던 부동산 정책 때문에 문제가 더욱 키워졌다”고 언급,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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