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동안 2조3000억원 넘게 빠져나가
가파른 증시 상승에 배당주 기대 수익률 낮아진 영향
증시 변동성 확대와 기업 배당 확대 가능성에 반전 가능성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지난해 호실적을 토대로 배당금을 높이는 상장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배당주 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배당주 펀드 보다 일반 주식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높았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높아졌고 올해 기업 이익의 증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반전 가능성도 존재한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배당주 펀드 266개의 설정액은 8조197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조5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6개월과 3개월 기준으로는 각각 2조3481억원, 1조2212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펀드 테마 중에서 가장 많은 자금 유출로 공모주 펀드(128개)의 경우 최근 6개월 동안 1조4247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료=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 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 표=이다인 디자이너.

당장 수익률만 놓고 보면 배당주 펀드의 성과는 나쁘진 않다. 배당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1년 동안 43.06% 수준이다. 최근 6개월과 3개월 기준으로는 각각 16.92%, 8.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공모주 펀드의 1년, 6개월, 3개월 평균 수익률이 각각 18.73%, 3.95%, 2.75%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편입된 종목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영향이 컸다. 배당주 펀드는 통상 주식 자산의 50%이상을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면서 편입 비중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펀드를 의미하는데, 주로 편입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그 중에서도 배당금이 보통주 보다 높게 책정 돼 배당주 펀드에 주로 편입되는 삼성전자우, 현대차우, LG화학우 등 우선주들의 상승 흐름이 가팔랐다.

그럼에도 배당주 펀드의 인기가 시들했던 배경에는 기대 수익률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한 이후 성장·기술주들이 올해 2월 조정이 있기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배당주로 이뤄진 펀드 보다는 일반 성장·기술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기대수익률 측면에서 나았던 것이다. 코스피200 인덱스 펀드만 보더라도 평균 수익률이 최근 1년과 6개월 각각 75.89%, 30.49%로 배당주 펀드 보다 높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다시금 배당주 펀드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파르게 상승했던 증시가 시장 금리 인상 우려에 조정 국면을 맞고 있고 성장·기술주 중심의 장세에서 가치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주와 이를 담은 펀드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성장 전망에 따라 배당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국내 234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84조860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178조6166억원에서 3.5%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 증가에 따라 배당의 근거가 되는 상장사들의 순이익 역시 지난해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차원에서 배당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이 같은 경향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금리 인상 이슈가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배당주 투자의 매력이 있다. 이에 배당이 매년 상승하는 배당성장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옥석가리기가 쉽지 않다면 배당주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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