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디지털세 다룰 신국제조세규범과 신설
소비자 대상 사업도 포함···업종별 차등화 필요 주장
전문가 “대기업 대비해야”···유불리 전망은 엇갈려

기획재정부가 디지털세를 대비하기 위해 부서내 신국제조세규범과를 신설한다. 사진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디지털세를 대비하기 위해 부서내 신국제조세규범과를 신설한다. 사진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소비자 대상 산업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정부와 기업의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부서 내 신국제조세규범과를 신설하는 내용의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신국제조세규범과는 2024년 2월 28일까지 존속하는 한시조직으로 디지털세 등 새로운 국제조세 기준 수립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구체적으로 OECD 재정위원회 중 디지털 경제에 관한 과세문제(새로운 과세권 배분기준 및 국제 최저한세 도입 등)와 새로운 국제조세 규범 수립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인력은 4급 1명, 5급 1명, 7급 1명 등 3명으로 운영된다. 기재부 디지털세대응팀 관계자는 “협의체에서 디지털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논의할 양도 많고 중요하다보니 현재 운영되고 있는 디지털세대응팀을 과로 확대개편 한 것”이라며 “신국제조세규범과는 디지털세를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지난해 나온 세부 골격을 기초로 해서 올해 중반 최종 합의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세는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특정 국가 내에서 올린 매출에 대해 고정 사업장 유무와 관계없이 법인세와 별도로 부가하는 세금이다. 조세회피처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현재 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에서 논의하고 있다. 

논의는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새로운 과세권 배분 기준을 도입하고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한다는 접근법이 추진됐고, 디지털세 도입대상이 디지털 기업 외에 소비자 대상 사업으로 확대하는 통합접근법이 제안됐다. 지난해 7월엔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세 핵심사항이 합의됐다. 올해 6~7월엔 디지털세 최종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세는 시장 소재지 국가의 과세권을 강화하고 다국적 기업이 세원 잠식을 통한 조세 회피를 막는 방향으로 다듬어지고 있다. 또 디지털 서비스 기업 외에 일반 소비재 판매기업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 상황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글로벌 대기업도 과세 대상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디지털서비스업과 제조업 등 소비자 대상 사업 간에는 디지털화를 통한 이익 창출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익률, 매출 등 디지털세 업종에 포함되는 요건을 검토한 결과에 따라 적용이 결정된 소비자 대상 사업을 다시 철회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소비자 대상 사업이 들어간다고 해서 꼭 불리하다고 반드시 볼 수는 없다”며 “구체적 요건에 따라 적용이 안 될 수도 있고 국내 세수가 더 들어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디지털세 도입이 국내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업에 미칠 유불리에 있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과세방식이 확실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디지털세가 전세계방식으로 디지털 기업 뿐 아니라 제조업도 대상에 해당된다면 세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모두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기업들은 확실히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외국기업들이 내는 돈 보다는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이 내는 돈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는 “기업이 세금을 제대로 잘 냈다면 추가로 낼 세금은 없기 때문에 디지털세로 국내 기업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며 “부과대상도 전세계 매출 약 7.5억 유로(한화 약 1조원) 이상 되는 기업이 해당되고 이 회사들이 그 나라 고정사업장이 있어 법인세를 납부하면 세액 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기업이 전체적으로 차지하는 세수에서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 플래폼 비즈니스는 경쟁 때문에 세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렵지만 제조업은 물품가격 상승 형태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도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납부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디지털세가 정착되면 가장 압박을 받는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는 미국보다는 유리하지만 우리보다 환경이 더 열악한 나라보다는 불리하다”며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카카오는 국내에서 나름의 디지털세를 부담하고 있지만 미국의 구글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도 네이버는 일본의 라인으로 진출했는데 그런쪽을 우리한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서비스업과 소비자 대상 사업 간 디지털세 과세 규정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과세 적용 차별화에 대한 논의는 들어간 상태지만 반대하는 나라도 많이 있어 협의를 더 해야한다”며 “협상 전략상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우리에겐 차별화가 아닌 대안도 있다. 협상 진행상황을 보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세 대상으로 예상되는 주요 대기업들은 아직 본격적인 대비에 나서지는 않은 상황이다. 삼성, SK, LG 등은 아직 디지털세 전담 인력이나 부서를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디지털세 안이 나오고 난 뒤에 대비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적용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종안 도출이 4개월여 앞으로 예정돼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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