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전격 폐지
오는 25일 서비스 종료

자료=네이버 실검 캡쳐
자료=네이버 실검 캡쳐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네이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서비스 종료일은 오는 25일이다.

네이버는 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실검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오는 25일 서비스를 종료한다”며 “모바일 네이버홈의 ‘검색차트’ 판도 함께 종료된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출시된 네이버 실검은 단위 시간 동안 네이버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네이버 관계자는 “매일 네이버를 방문하는 3000만명의 사용자가 입력하는 다양한 검색 질의어는 실검을 통해 정보로 재탄생했다”며 “가장 빠르게 재난 상황을 알려주거나 관심있던 기업의 채용 소식을 챙겨주고, 한 때 좋아했던 스타의 근황으로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는 등 사용자의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서비스였다”고 밝혔다.

네이버 실검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검색어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검색어 종류의 수(UQC)’가 10년 전과 비교해 33.6배 증가했다. 네이버는 실검을 10개에서 20개로 확대하고 차트를 다양화했다. 지난 2019년 11월는 개별적으로 설정한 관심사 정도에 따라 차트를 제공하는 ‘RIYO(Rank It Yourself)’모델을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검 서비스는 네이버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트래픽을 올리는데 큰 도움을 줬던 반면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실검을 둘러싼 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열린 총선 기간 동안 실검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네이버는 “해당 기간 다수의 관심사가 총선이란 큰 현안에 집중되는만큼,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사안이 발생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실검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사용자들의 인터넷 서비스 사용 행태가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제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일방적으로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춰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실검 서비스는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네이버의 실검 서비스 종료가 오는 4월 예정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을 의식해서 내놓은 결과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찬반 진영에서 “조국 구속”, “조국 힘내세요” 등의 문구를 실검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지적하며 직접 네이버 본사에 항의 방문했고 이후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에게 실검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카카오는 지난해 2월 포털 다음의 실검 서비스를 중단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실검 서비스 때문에 큰 곤혹을 겪은 네이버 입장에서 실검을 폐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핵심 구매층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의 네이버 검색 이용도 역시 높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서비스에 좀 더 집중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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