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기업은행, 소비자보호 조직 기능 강화
우리은행, KT와 ‘AI 기반 불완전판매 방지 프로세스’ 도입 추진

/표=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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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은행권이 막판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연말 연초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 등을 통해 소비자보호 부문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데 이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 교육 제도 등을 활용한 불완전판매 예방 시스템 마련에도 힘을 쏟는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금소법이 내달 25일 본격 시행된다. 금소법 핵심 내용은 그동안 일부 상품에만 적용했던 6대 판매 규제(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행위 금지, 부당 권유 금지, 허위·과장 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사후 구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자료열람요구권 등 제도들이 새롭게 도입되며 설명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이 발생했을 때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이 금융사에게 부여된다. 금융사가 위법을 통해 얻은 수입에는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보호에 대한 금융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조직 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하고 외부 인사인 이인영 변호사를 그룹장으로 새로 영입했다. 이 그룹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시니어 변호사와 SC제일은행 리테일금융 법무국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과 법무실의 선임조사역을 맡은 경험도 있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달 내부통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내부통제총괄부’를 신설했다. 내부통제총괄부는 영업점과 본부 법규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내부통제 관련 위험요인을 사전에 통합 관리·감독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도 설립 이후 최초로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에 부행장급 인사를 선임하면서 소비자보호에 힘을 실었다. 새로 선임된 이수경 부문장은 농협카드 고객행복센터장, 카드마케팅부와 회원사업부 등을 거치며 소통 경험을 많이 쌓아온 인물이다.

이외에도 은행들은 불완전 판매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 장치도 새롭게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KT와 ‘AI 기반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방지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사는 ▲AI 기반 금융상품 판매 프로세스 혁신 ▲AI 기반 금융상품 완전판매 솔루션 도입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한 AI 학습 및 컨설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각 사가 보유한 금융, 디지털, AI, ICT 역량을 공유해 투자상품 신규 단계에서 불완전판매를 차단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향후 불완전판매 예방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농협은행도 앞서 지난해 10월 금융권 최초로 AI 기술 기반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을 불완전판매 점검 업무에 도입한 바 있다.

또한 하나은행은 신규 금융상품 판매 시 직원의 교육수료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해당 상품의 내용을 숙지한 직원만이 금융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숙지 의무제’를 도입했다. 상품숙지 의무제는 모든 상품에 적용된다.

신한은행은 자체적으로 ‘미스터리쇼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 점검 결과 점수가 미달되는 영업점은 별도 교육과 재점검을 받게 되며 재점검에서도 낙제점이 나올 경우 해당 영업점에 상품 판매 정지 등 제재가 내려진다. 이미 신한은행은 지난해 7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투자상품 일시 판매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2019년 DLF사태, 사모펀드 사태 이후 은행권은 꾸준히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위해 힘써왔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 이전부터 이어져온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 녹취 기능 강화와 함께 투자 상품 리콜제 등의 새로운 제도 도입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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