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국내 지주사에 대한 은행 배당은 ‘자본유지’
외국계은행의 모국 회사 배당은 ‘유출’로 여겨
업계 “외국은행 주주 배당은 더 엄격···자본유출 논리 잣대 달라”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외국계은행인 SC제일·씨티은행이 본국으로의 배당을 줄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국내 금융지주에 배당하는 건 자율에 맡긴다고 했지만 외국계은행은 예외로 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주주가 아닌 지주사에 대한 배당은 손실흡수능력을 저하하는 것이 아니라고 봤는데, 외국계은행의 모회사 배당은 주주배당처럼 ‘유출’로 여겨 잣대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는 이들 은행이 당국의 권고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의 지주사 배당은 되고···외국계은행은 안 되고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8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하고 국내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에 올해 6월 말까지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위는 국내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예외로 했다. 

당국은 은행이 상당한 배당금을 지주사에 전달한다 해도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손실흡수능력 유지 및 제고에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같은 회사에 자금이 남아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은행의 순이익이 지주가 아닌 주주 배당으로 나갈 경우 지주나 은행의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적정성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봤다. 

결국 금융위가 내놓은 ‘국내 은행지주회사 소속 은행의 지주회사에 대한 배당은 제외’ 기준에 따라 외국계은행들은 지주회사에 대한 배당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논리대로 지주 배당이 같은 회사에 자금을 보내는 것임에도 최대주주가 ‘국내 지주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당성향 20%미만 기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외국계은행의 배당은 자본적정성 유지가 기준이 아니라 국부유출 금지가 기준이 된 상황이다. 

◇당국 논리, 고배당 ‘국부유출’ 논란에만 끼워 맞췄단 비판 

외국계은행의 배당성향은 2019년 말에만 해도 국내 은행보다 최대 7배 이상 높았다. SC제일은행은 당시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자회사이자 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 NEA 리미티드에 배당금으로 총 6550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208.31%로 전체 순이익의 2배 이상을 배당금으로 보냈다. 2018년에도 배당성향을 50.59%(현금배당금 2244억원)로 책정했다. 2018년 배당성향은 45.68%(2769억원)였다. 

씨티은행의 2019년 말 배당금 총액은 652억원이다. 배당성향은 22.2%다. 전년에는 934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 순이익(3078억원)보다 많은 배당금을 책정했다. 2018년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은 39.8%, 2017년은 38.9%다. 보통 국내 금융지주의 배당성향(25~28%)보다 높았다. 

국내 금융지주와 외국계은행의 배당금 지급 현황 / 이미지=시사저널e

외국계은행의 고배당성향은 매년 업계에선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배당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외국계은행의 고배당에 대한 의원의 질문에 “금융회사 배당은 자율적인 경영사항”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원장은 “배당이 과다하긴 했다”며 “적정한 수준을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외국계은행들은 배당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나 금융업계는 이번 당국 권고를 이들 은행이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처럼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지도 않은 데다 법적으로 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없어 외국계은행들이 종전대로 고배당을 하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 권고대로 자본적정성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주주가 아닌 모회사에 배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설명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미 작년에 미국 은행들에 자사주 매입 중단, 배당금 종전 수준 이하로의 동결 조치를 내렸고, 영국 건전성감독청 역시 은행들에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한국에서 영업하는 SC제일 및 씨티은행이 본국에 배당을 해도 주주 배당을 통해 자본이 유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부유출만 생각하다보니 외국계은행에 다른 잣대를 댄 거 같다. 외국계은행이 당국보다 모국 본사의 입장을 반영한 배당성향을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내 은행지주회사 소속 은행의 지주회에 대한 배당이기 때문에 씨티와 SC제일은행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며 “시중은행은 지주사에 소속돼 있어 은행의 지주사 배당은 회사 안에 돈이 남는 것이다. 자본유출은 지주의 (주주) 배당으로 이뤄진다. 그 부분에 대해서만 당국이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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